산업 중소기업

中企 OEM일감 사라진다…전자·식품업계 “품질기준 못미친다” 직접생산 선회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9 11:46

수정 2014.11.07 15:05


밥솥폭발과 만두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전자업계와 식품업체들이 품질경영의 일환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나서 일감을 잃을 처지에 놓인 해당 중소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OEM 방식은 생산비용 절감은 물론 노사분규 등을 피할 수 있어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밥솥폭발과 만두파동 등으로 OEM제품의 품질문제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기업들이 비용 등을 감수하더라도 직접생산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직접생산 전환 ‘러시’=LG전자는 ‘밥솥폭발사고’를 계기로 외부조달 부품 중에서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있거나 완제품 중 품질에 문제가 있는 핵심부품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조달·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OEM 비중을 점차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내놓은 OEM 방식의 와인냉장고 ‘디오스 와인’ 판매를 중단하고 지난 17일 자체 생산한 ‘LG 와인셀러’를 출시했다. 또한 그동안 OEM 방식으로 생산해 오던 MP3플레이어 역시 개발에서부터 디자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일괄 체제를 갖추고 지난 12일 ‘엑스프리’를 선보였다.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오던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 사업도 직접 생산체제에 들어가기로 하고 최근 DAV 시큐리티 사업부를 중심으로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도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왔던 DVR를 직접생산방식으로 점차 전환키로 하고 최근 자체 생산한 8채널 DVR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또 비데와 식기세척기 등 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OEM 방식을 중단하고 직접 생산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산요사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자체기술로 생산한 드럼세탁기를 최근 내놓았다. 또 비슷한 시기에 자체기술로 제작한 액정표시장치(LCD) TV를 국내외에 최초로 출시한다.

그동안 판매제품 대부분을 OEM 방식에 의존해왔던 SK텔레텍도 자체 생산한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이나 유럽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식품업계는 불량만두파동이 시발점이 됐다. CJ 계열사 모닝웰은 만두파동이 후 90%에 달하는 OEM 방식을 100% 자체생산으로 전환했다. 동원F&B도 만두파동 전 60% 수준에 달하던 자체 생산비중을 75% 선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중소 납품업체 속앓이=기업들은 그동안 생산비용절감 등을 위해 품목에 관계없이 OEM 방식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OEM 제품의 품질문제가 잇따라 불거짐에 따라 직접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생산을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는 효과적인 품질관리는 물론 원천기술 축적과 수익구조 개선, 기존 보유기술을 이용한 제품개발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축적이 필요한 전자 등 첨단부문에서는 직접생산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온 중소업체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LG전자의 밥솥사건을 계기로 대기업의 제품 검사가 까다로워졌다”면서 “일부 품목은 아예 자체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를 받아 앞으로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직접생산 확대는 중기 몰락을 초래, 우리 경제를 흔들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직접 생산보다는 OEM 업체에 대한 품질관리를 강화해 적절한 역할분담을 하는 구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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