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이통3사 영업정지 처분,得보다 失이 더 많아…번호이동 줄고 단말기 내수도 10% 하락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0 11:46

수정 2014.11.07 15:02


이동통신 3사의 불법 단말기보조금 지급과 흙탕물 싸움을 바로잡기 위해 취해진 40∼20일간 영업정지 처벌이 정보기술(IT)업계 전반의 경기침체를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통 3사 영업정지는 LG텔레콤(6월21일∼7월21일)을 시작으로 KTF(7월21일부터 30일간), KT(7월21일부터 20일간) 순으로 이뤄졌다. SK텔레콤은 마지막으로 20일부터 40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3개월여에 걸쳐 이뤄지는 이번 영업정지는 이통사의 불공정행위를 근절시킨다는 본래의 취지보다 이통사, 단말기제조사, 소비자 등 3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겨준 ‘과도한 형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처벌 당사자인 이통사는 순차적인 영업정지로 인해 급속한 신규 가입자 감소를 겪었다. 20일 SK텔레콤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이통시장 전체가 얼어붙는 ‘공멸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도 이통사 영업정지로 내수시장에서 매출이 최고 10%까지 곤두박질치는 사상 최악의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IT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이통시장이 영업정지로 냉각되면서 IT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통3사, 급속히 냉각=이통 3사는 각각 40∼20일의 영업정지를 겪으면서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50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업정지가 이통시장 전체를 냉각시켜 신규 가입자과 번호이동 고객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2월 18만건에 달하던 번호이동 실적이 갈수록 줄어 8월 한달 동안 15만명에도 못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하루 평균 1만∼2만건에 이르렀던 SK텔레콤 번호이동 실적은 8월들어 하루 평균 300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전달 대비 25% 이상 감소한 수치다. 20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간 SK텔레콤은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KTF는 영업정지 기간에 신규 가입자나 번호이동 고객을 모집하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33만7000여명의 가입자를 SK텔레콤에 뺏겼다. 일단 KTF는 20일부터 영업정지가 풀리긴 했으나 시장 자체가 얼어붙어 이탈 고객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LG텔레콤은 영업정지 기간이 비수기인 데다 가입자들의 부침이 적어 선방했다는 평가다.

◇소비자는 ‘최대 피해자’=이통 3사의 영업정지로 가장 피해를 본 쪽은 소비자다. 이통사에 대한 영업정지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한동안 박탈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 전문사이트 세티즌닷컴은 최근 5248명을 상대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영업정지의 가장 큰 피해자로 소비자를 꼽았다.

네티즌들은 이통사 영업정지의 최대 피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3529명(67.2%)이 소비자라고 답했다. 이어 대리점 및 판매점(771명·14.7%), 이통사(567명·10.8%), 제조사(377명·7.2%) 순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애꿎은 소비자는 영업정지 기간에 원하는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었다. 번호를 그대로 둔 채 사업자를 바꾸는 번호이동도 하지 못했다. 특정 이통사에 가입하기 위해 한달여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속출했다. 영업정지가 이뤄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대리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던 소비자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혼탁한 이통시장을 정화시키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비자의 편익이 무시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단말기업계, 매출 감소=휴대폰업체들은 이통사 영업정지로 내수 매출이 7∼8% 감소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한 휴대폰 제조사의 손실액은 한달 평균 70만대 수요와 단말기 대당 50만원을 기준잡아 계산하면 약 35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휴대폰 개발 지연이나 재고물량처리 등의 세부적인 사안을 고려하면 손실액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휴대폰업체 한 관계자는 “이통사 영업정지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게 사실”이라며 “통상적으로 휴대폰 핵심부품은 3개월 전에 구매해야 하는 점도 제조사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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