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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2분기째 둔화]수출주도 내실없는 성장 계속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0 11:46

수정 2014.11.07 15:00


올 2·4분기 성장률 5.5%는 지난 2002년 4·4분기(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언뜻 괜찮은 성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일정부분 허상이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비교시점으로 삼은 지난해 2·4분기 성장률이 2.2%로 상당히 낮은 데 따른 기술적 반등효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수치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 2·4분기 지표들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4분기 성장이 수출쪽에만 기댄 결과라는 점에서 불균형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여기에 고유가 여파까지 감안하면 하반기 경기는 더 안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에 기댄 반쪽 성장=한은은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반전돼 5%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4분기 성장이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수출의 ‘나홀로 성장’에 힘입은 결과라는 뜻이다. 수출은 올 1·4분기의 26.9%에 이어 반도체, 통신기기, 사무용기계,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27.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2·4분기 이후 수출에 의존해 근근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올 2·4분기 수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27.2%나 늘면서 수출의 성장 기여율이 85.4%에 달한 데서 잘 드러난다. 반면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지난해 2�^4분기 이후 5분기만에 플러스(14.6%)를 기록했지만 수출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민간소비 침체 외환위기 때 능가=2·4분기 중 민간소비는 전년동기에 비해 0.7% 감소해 지난해 2·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같은 소비침체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가계의 소비 부진이 외환위기 때를 능가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외환위기 때인 지난 98년의 경우 민간소비는 1·4분기(-13.8%)부터 4·4분기(-10.8%)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5분기째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은은 2·4분기중 설비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6.2% 증가한 점을 들어 내수가 오랜만에 성장을 도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설비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상황이 문제다.

변기석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투자와 소비를 합친 내수가 감소세를 멈췄다고 볼 수 있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 안개속=한국은행은 하반기 성장률을 5%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5%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내수부진에다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호조세 마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여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고공행진 중인 유가가 물가불안을 부추겨 경제를 벼랑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고유가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수출증가율도 4·4분기에는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 5% 성장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내수는 올해 말까지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내수를 살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향후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설비투자와 소비지출 등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서는 경기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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