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은행들의 근시안/천상철기자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0 11:46

수정 2014.11.07 15:00


시중은행의 근시안적 영업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침체와 치솟는 물가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고객들은 고객대로 불만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경기부양책이 먹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인하하자 앞다퉈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일부 은행은 콜금리 인하폭(0.25%포인트) 이상으로 수신금리를 떨어뜨렸다. 단기금리가 낮아졌으니 장기금리도 따라 내려가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은행들이 예대마진 확보에만 신경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은행들은 금리인하 전에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받았는데 대출금리를 바로 내릴 경우 역마진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반기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 은행들이 3조587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객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돈있는 VIP고객만 대접받는 금융풍토에서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한 은행의 행태가 서민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정부와 통화당국도 은행의 이같은 행태가 경기진작에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콜금리를 내리면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2조5000억원 줄어들어 소비와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 콜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오죽했으면 박승 한은 총재가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에게 대출금리 인하를 당부했을까.

최근 정유사들이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려 이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줬다가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해 봐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리 때문에 고객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은행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고객의 이익을 외면할 경우 은행에 맡겨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영업행태는 언젠가는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은행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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