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정부의 안이한 유가대책/김홍재기자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2 11:46

수정 2014.11.07 14:56


최근 국제유가가 당초 정부의 전망치보다 2배 이상 훌쩍 뛰어넘으면서 정부의 탁상공론식 고유가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47.78달러를 기록하며 50달러선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고, 북해산 브렌트유와 중동산 두바이유도 각각 45.14달러, 41.27달러로 ‘40달러 고지’를 가볍게 돌파해 버렸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팔짱만 낀 채 ‘세금은 인하할 수 없으니 아껴 쓰라’는 타령만 읊조리며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족집게 도사’가 아닌 바에야 이후 벌어진 이라크전쟁 확산, 러시아 유코스 사태, 베네수엘라의 정정 불안 등 일련의 외부조건 악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정부의 고유가 대응력이 고공행진하는 유가의 속도에 비해 한참 뒤져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고유가로 유류를 주소재로 삼는 산업들은 원유확보 및 고비용에 대해 비명을 내지르고 있고, 서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유류비 상승 고통까지 안게 돼 한숨만 내쉬고 있는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최근 “교통세를 ℓ당 10원 내리면 1년 세수가 6000억원이 날아간다”면서 세수타령만 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절약형 소비구조 구축, 대체에너지 개발 지원확대 등 중장기적 대책만 되풀이 강조할뿐 정작 서민과 기업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은 외면하고 있다.

뚜렷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으로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이미 무용지물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미적거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감이 감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지듯’ 하락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정부의 무대책을 바라보는 서민과 기업들의 인내심도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정부가 진정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더 늦기전에 교통세 인하 등 과감하고 현실적인 고유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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