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경기정점론 빠르게 확산…정부만 여전히 낙관]“경기고점 2분기에 지났다”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3 11:46

수정 2014.11.07 14:53


정부가 5%대 성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물론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도 2·4분기 이후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경기정점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5%대 성장론을 재확인하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이미 상반기 성장에 반영됐으며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설비투자와 내수가 수출둔화를 만회해 내년에도 5%대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한 민간연구소는 물론 현대증권, 삼성증권, 모건스탠리 등 국내외 증권사들은 2·4분기 내수회복이 기저효과 혹은 기술적 반등 수준이라며 경기는 2·4분기에 정점을 찍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민간이 국내경기를 보는 시각이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점인가, 추세 연장인가=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치인 5.5%였다.
당초 한국은행은 2·4분기 성장률을 5.4%로, 삼성경제연구소는 5.5%로 예상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도 조금 높은 5.7%였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전망에 대한 민간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성장률이 4.4%이고 올해 전체적으로는 4.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에는 4.5%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달 초 하반기 성장률이 4.6%로 연간으로는 5.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에는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 국내 연구기관으로는 가장 비관적 전망을 내놓아 경기논란을 가열시켰다.

이같은 주요 연구기관들의 경기정점론은 시장에도 확산돼 현대증권이 23일 국내 경기 정점을 당초 3·4분기에서 2·4분기로 앞당기고 하반기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올해 분기별 성장률 정점 시기를 기존의 3·4분기에서 2·4분기로 수정하고 3·4분기 GDP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6%에서 5.4%로 낮췄다.

이와 함께 지난달 내년도 GDP성장률을 3.8%로 전망해 경기논란을 불지폈던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자 한국관련 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내려가고 있다며 ‘경기정점론’을 되살렸다.

◇내수경기에 대한 엇갈린 시각=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가 2·4분기에 수출에 힘입어 0.6% 성장했고 내수도 기저 효과 등으로 5분기 만에 처음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며 “그러나 한국경제가 중국 경기 냉각, 정보기술(IT)수출 둔화, 고유가 등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경기사이클상 정점을 지나 하강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는 50달러대 고유가가 3∼4분기만 지속 되면 단기 불황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특히 고유가 등에 따른 인플레 상승은 노조로 하여금 더 높은 임금 욕구를 자극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외국계의 시각은 국내에서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하반기 이후 고유가와 미국의 경기 위축,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상당히 둔화될 것”이라며 “자본재 수입에 의해 늘어난 설비투자가 GDP 성장률 상승에 제한적으로 효과를 미치는 데다 소비부문은 부동산세 등의 대폭 인상과 중산층의 미래소득 불안심리 확산 등으로 정부의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국내외 시각에도 불구, 정부는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부총리는 내수와 투자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수출도 호조세를 이어가는 등 ‘실물지표’호전에도 고유가 등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불안심리로 ‘심리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심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승우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도매 등 일부 내수지표의 증가세를 근거로 ‘입춘을 지나 봄기운이 완연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낙관론을 펴 민간과의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