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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서울국제 파생상품 컨퍼런스-기조연설]오갑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박대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4 11:46

수정 2014.11.07 14:51


금년으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서울 국제파생상품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맡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먼저 오늘과 내일 양일간 최근 파생상품시장의 흐름을 주제로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신 파이낸셜뉴스,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한국증권업협회, 한국선물협회, 자산운용협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국내외 석학과 파생상품시장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세계 파생상품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BIS에 따르면 2003년도 파생상품 거래액은 장내시장의 경우 37조 달러, 장외시장의 경우 197조 달러에 이르렀습니다.이는 2002년도와 비교할 때 장내시장은 54%, 장외시장은 39%나 성장한 것으로 매년 사상 최고치 거래량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생상품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시아 파생상품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중국, 인도, 대만 등 신흥시장의 급격한 거래량 증가는 세계 파생상품시장의 성장 기조를 견인하고 있으며,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지역경제의 발전 과정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역동적 성장 과정의 중심에서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시장으로 발돋움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은 작년 한해에도 장내 및 장외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였습니다. 장내시장의 경우 KOSPI 200 선물 옵션시장은 세계 유수의 시장으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옵션의 경우 거래량이나 거래금액 면에서 세계 1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장외시장의 경우에는 지난해 증권회사의 장외파생 업무가 신규로 인가되면서 주식관련 파생증권의 발행이 본격화 되었고, 이와 연계된 헤지거래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파생상품은 보유자산에 대한 위험관리 및 기초자산의 가격발견 기능, 새로운 투자기회 제공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정한 위험관리 없는 파생상품 투자는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일시에 악화시킬 수 있고 투자자의 지나친 투기심을 조장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파생상품과 관련된 대규모의 금융사고와 이로 인한 금융회사의 도산 및 시장 혼란 등을 경험하였으며, 짧은 파생상품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경우도 그 규모나 정도는 작지만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97년 태국 바트화 환율에 연계된 TRS(Total Return Swap)에 투자하였다가 1억 8,600만 달러의 손실은 입은 SK증권 등의 사례는 파생상품 투자에 있어 기초 상식에 불과한 위험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03년 선물 옵션 위탁자계좌에서 발생한 거액 미수채권으로 영업을 폐쇄한 모아증권 사례는 파생상품 취급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필요성을 상기시켜준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동사는 고객의 파생상품 포지션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하고 이의 위험을 간과하는 등 내부통제 수준이 매우 미흡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의 선물 옵션시장은 그동안 본연의 위험관리 기능을 제공하여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크나 부분적으로 투기장화 되는 문제점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위험을 경시한 채 고수익만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유입에 기인하며, 이러한 투자자 대부분은 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계속되는 경우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음은 자명한 것입니다.

이상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위험관리와 내부통제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하고 파생상품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여 자본시장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장참가자와 감독당국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투기적 성격 등 파생상품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환경의 급변속에서 파생상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 중심지(Hub)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과 첨단 금융기법이 동원되는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이 긴요한 시점에 이번 컨퍼런스가 열리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하며, 참석하신 여러 국내외 전문가들의 소중한 의견이 파생상품시장의 세계적 흐름을 이해하고 서울이 동북아 금융 중심지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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