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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주식투자펀드 도입 놓고 정부-여야 입장차]연기금의 펀드투자 위험성 쟁점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4 11:46

수정 2014.11.07 14:50


연기금과 대기업, 은행 등의 시중부동자금을 끌어들여 생산적 투자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취지의 사모주식투자펀드(PEF) 도입 내용을 담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된다.

PEF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재경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것으로 당초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투자 전면 허용을 둘러싼 논란과 은행지분 소유제한 완화(4%→10%), 사모펀드의 지주회사 규정 미적용 등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상정조차 못했다.

재정경제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PEF의 조기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경부 PEF 도입 총력태세=이번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에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월 취임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PEF도입 내용이 담겨 있다.

재경부는 PEF가 시중부동자금을 생산적인 자금으로 전환하고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자본공급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투자자들에게 중장기의 기업주식 및 경영권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지부진한 자산운용산업의 발전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PEF같은 선진국형 자산운용회사를 도입해 시중 유동자금을 공기업 민영화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사업, 증시 등으로 흡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은 넘치는데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활용가치가 탁월한 수단이 PEF라는 것이 정부내 일관된 시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을 올려 반드시 재경위 심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국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김석동 금융정책국장과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한달째 국회에 진을 치고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 25명 전원과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설명과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와 김광림 차관도 직접 나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법안 통과 ‘로비’를 벌이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여야의원들은 자본시장 선진화나 투자활성화를 위한 자산운용업법 개정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법 개정안중 일부 각론에서는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조차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정부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법적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데다 연기금의 PEF투자에 대해서도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연기금의 투자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민단체들은 PEF가 은행지분을 4%에서 10%까지 허용할 경우 PEF에 투자하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실상 소유하는 형태가 될 수 있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PEF에 대해 지주회사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주회사 규제의 실효성을 상실하고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경부는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10%까지 소유하는 전제조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유한책임사원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기 때문에 산업자본의 은행지배권 확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또 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서도 펀드 설립자와의 다양한 계약을 통해 얼마든지 리스크가 적은 안전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쉽게 논리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국장은 “미국은 연기금들이 운용자금의 15% 정도를 PEF에 투자하고 있어 그 안정성이 입증됐다”며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공기업 민영화나 기업인수·합병·대규모 SOC 사업 등의 장기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인 PEF설립 허용이 늦어질 경우 자본시장 발전이나 투자활성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안통과 무산땐 후유증=올들어 은행권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은 사모투자펀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PEF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법안통과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도 지난 7월 초순 발표한 중소기업종합대책에서 창업투자조합과 중소기업 전문 사모펀드 투자 등을 통해 1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이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늦어질 경우 금융시장 등에는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모투자펀드 조성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연기금 등 공적성격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개정안에는 반대 입장을 정하고 공론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시민단체들과의 연계 대응을 통해서라도 일단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이운하 한나라당 재정경제위 수석전문위원은 “신뢰할 수 있는 자산 운영가가 있어야 하며 개인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운영이 된 후 법적인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안정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황을 본 이후 수익성과 시장구조가 확립되면 연기금 등 공적 성격 자금의 유입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재경위도 내부 검토보고서를 통해 “연기금이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PEF에 투자하는 것은 연기금의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도입 초기에 이에 대한 안정장치 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재경위는 25일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 등 각계 전문가를 초청,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중 개정법률안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 csky@fnnews.com 차상근 서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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