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탈출구 찾는 벤처개피털]“대형사 글로벌투자로 승부”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5 11:46

수정 2014.11.07 14:49


벤처캐피털 업계는 향후 차별성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사업 다각화와 투자지역 다양화에 적극 나서는 등 독자적인 생존모델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 벤처캐피털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종합투자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세워 놓은 상태다. 반면 중소형 벤처캐피털사들은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등 전문 투자분야에 주력하거나, 기업구조조정(CRC), 기업 인수합병(M&A), 영화, 음악 등으로 투자분야를 특화시키고 있다.

벤처컨설팅 전문업체 액셀벤처 김병석 대표는 “벤처캐피털사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글로벌 투자기관으로 변신하거나 기업구조조정, M&A,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2∼3년 자기만의 핵심분야를 갖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사들, “글로벌 시장이 돌파구”=벤처캐피털사들이 올들어 글로벌 펀드 구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선 마땅히 투자할 만한 벤처기업이 없는 데다 펀드조성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KTB네트워크는 하반기 중으로 5000만달러 규모의 미국투자펀드와 1000만달러 규모의 중국투자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 벤처캐피털사인 JAIC와 1억달러 규모의 한·일 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벤처투자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해 미국, 중국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며 “오는 9월쯤이면 중국과 미국 전용 펀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는 올해안으로 최소 3억달러 규모의 ‘동북아 바이아웃 펀드(NABF)’를 결성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사모인수펀드(PEF)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국내·외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펀드 조성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일신창투는 맥커리그룹과, IMM창투는 캠브리지캐피탈파트너스와 제휴를 맺고 중소기업청의 1억달러 규모 ‘글로벌스타’ 운용 주체로 선정돼 각각 펀드 조성에 나섰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관계자는 “해외투자 및 자금 유치로 벤처캐피털사와 벤처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벤처캐피털사는 투자회수(exit) 기회를 해외에서 찾을 수 있고 벤처기업도 해외시장 진출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사는 CRC, M&A, 엔터테인먼트 등에 특화=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 어려운 데다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중소형 벤처캐피털들은 CRC, M&A 등에 특화하거나 투자회수가 비교적 손쉬운 곳에 투자를 집중시키고 있다.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신창투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음악사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100억원 규모의 음악엔터테인먼트 투자조합 결성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펀드는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싱글시장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음악사업에 100억원 모두 투자된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는 벤처투자보다는 CRC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CRC 펀드는 1200억원으로 벤처펀드(350억원)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회사 심태호 투자팀장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가 크게 줄면서 많은 벤처캐피털들이 CRC나 바이아웃 펀드에 올인하고 있다”며 “부실기업이 많이 늘고 있다는 점도 CRC나 M&A에 눈을 돌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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