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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변칙마케팅 기승…설문조사 빙자 개인정보 캐내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5 11:46

수정 2014.11.07 14:48


회사원 김모씨(34)는 얼마전 이통사인 K사에서 보내온 메일에 포함된 설문조사에 응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설문조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따라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또박또박 적어넣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이 설문조사가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연일 K사로부터 번호이동을 권유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대학생 이모씨(25)도 이통사인 S사가 주관하는 이벤트 형태의 설문조사에 응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씨는 설문참가자중 몇명을 골라 푸짐한 사은품을 준다는 제안에 솔깃해 설문에 충실히 응했다.
그러나 이씨는 사은품은 커녕 연일 귀찮은 광고전화와 메시지로 골머리만 앓고 있을 뿐이다.

25일 휴대폰 사용자들에 따르면 정상적인 설문조사인 것처럼 고객을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 번호이동 마케팅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설문조사의 발신자는 대부분 KT와 KTF, SK텔레콤,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로 명시돼 있다.

설문조사 제목은 ‘한달 동안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 ‘원하는 휴대폰 가격대’,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의견’, ‘공짜폰을 주면 번호이동할 의향이 있는가’ 등의 내용을 묻는 형태로 구성됐다. 동시에 설문지 하단에는 응답자의 개인신상을 기입하도록 공란이 마련돼 있다.

이통사가 경쟁사의 고객정보를 지능적으로 빼내 번호이동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통사의 하부 유통점 등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변칙 마케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설문은 e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통사 명의로 이뤄지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입돼 있는 이통사가 실시하는 설문조사로 착각해 거부감없이 응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몇가지 질문에 성의있게 답변을 해주면서 개인정보까지 통째로 공개하는 사례가 부기지수다.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설문조사 수법은 e메일이다. 이 수법은 불특정 다수에게 설문조사인 것처럼 꾸민 e메일을 대량으로 보내 수신자의 이름, 휴대폰번호, 집전화번호, e메일 및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다.

게다가 설문조사에 응하는 고객중 추첨을 통해 최신형 휴대폰 등을 공짜로 주겠다는 유인책을 쓰고 있어 상당수 고객이 쉽게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 등에 이벤트와 설문조사를 가장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도 빈발하고 있다.

한 이통 가입자는 “얼마전 경품에 끌려 한 이통사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후 연일 번호이동을 권유하는 전화와 e메일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통사에 항의했지만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변명만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단순히 번호이동 마케팅에만 그치지 않는데 있다.
설문조사 형태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여러 단계를 거쳐 넘겨져 불법적인 일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응했던 사람중에는 이통사뿐 아니라 보험사, 대리운전, 폰팅, 채팅 등 뜻밖의 상대로부터 스팸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통사 관계자들은 “본사와는 무관한 판매점이나 개인이 수입을 올리기 위해 자의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엄중 단속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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