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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금감위원장,증권·투신 사장단과 간담회]“장기 비과세주식상품 적극 검토”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25일 증권·자산운용업계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증시 관련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장기비과세 상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증권업계 사장단이 이날 요구한 “은행과의 차별적 규제로 야기된 증권업계의 상대적 소외 해소’ ‘증시 수요기반 확충’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세금 문제와 업계간 형평성 등 복잡한 구도로 볼 때 윤위원장의 발언은 원칙적인 얘기로 해결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한마디로 ‘반신반의’분위기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윤위원장이 시장 친화적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관련부처내 역학구도 등으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증권 업무 영역 확대, 수요기반 확충 요구=이날 윤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발언에 나선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완곡한 표현으로 증권업계의 현황을 밝히고 정책적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황회장은 “시장의 수요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외환위기 이후 은행 중심의 정책으로 은행과 증권업계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업계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회장의 발언을 통해 나타난 증권업계의 주요 요구사항은 크게 ▲절세형 금융상품 도입 ▲증권업 업무영역 확대 ▲업계 구조조정 지원 등 3가지로 압축된다.

◇해결책 쉽지 않아=그러나 이중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답은 없다. 먼저 ‘절세형 상품’의 경우 세수 감소와 조세 형평성 등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금융상품간 형평성을 주장하는 타 금융권역의 반발도 만만찮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절세형 상품은 세수 문제와 업계간 형평성이 난제”라고 말해 상품 도입이 쉽지만은 않음을 내비쳤다.

‘증권업 업무영역 확대’는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꾸거나 범위를 넓혀달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유가증권을 열거주의로 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열거주의 문제는 ‘금융통합법’ 제정시 검토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본격적인 시행은 요원한 실정이다.

‘정책적인 업계 구조조정 지원’은 해묵은 숙제로서 청산소득이나 합병차익에 대한 세금과 관련이 깊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사업을 청산하고 업계에서 떠나려해도 세금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며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 또한 세수문제와 형평성이 어려운 숙제다.

◇단기적으로는 절세형 금융상품만 이라도=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이날 윤위원장이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세제혜택 적극 검토’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게다가 윤위원장은 이날 ‘단기부양책과 같은 대증요법은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투명성이나 신뢰 회복과 같은 원론적인 얘기만을 유난히 강조해 업계 관계자의 실망감을 키웠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의 현안을 중장기적인 과제로만 검토한다”며 “좋은 시절이 오기전에 증권회사들은 이미 고사해 있을 것”이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따라서 절세형 금융상품만이라도 빠른 시일내에 판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증권업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 밖에 다양한 요구도 이어져=고객예탁금 예금보험료 인하와 같은 다양한 요구도 이어졌다.


이팔성 우리증권 사장은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하는 예금보험료가 은행은 0.1%에 불과한데 증권은 0.2%”라며 “증권사 고객예탁금의 경우 증권금융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예금보험료를 없애든지 최소한 은행 수준으로는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머니마켓펀드(MMF) 익일환매제 시행시기(10월) 연기 ▲규제완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간 협의체 구성 ▲금융기관 사모펀드 위탁 규제 완화 등을 제안했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

■사진설명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은 25일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세종홀에서 증권·자산운용사 사장단과의 조찬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