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과거사 문제 양자택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5 11:46

수정 2014.11.07 14:46


노무현 노대통령이 25일 좌파 및 무정부 독립운동가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노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우전 광복회장 등 독립유공자 및 유족, 독립운동 포상자 150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좌우대립의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독립운동사 한쪽은 일부러 알면서도 묻어두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과거 독립운동 시기 선열들이 가졌던 이념과 사상이 어떤 평가를 받던 간에 역사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있는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독립운동이란 좌냐, 우냐를 따지기보다 중요한 것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맞서 싸웠느냐, 아니냐다”면서 “우리 사회의 기본정서와 상식선에서 합리적 판단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야당과 보수계에서는 극심한 좌우대립과 분단 등 현대사의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독립운동사가 규명되고 유공자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방 직후 활동한 몽양 여운형 등이나,극단적인 경우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일성의 활동에 대한 평가문제까지 연계시키고 있어 노대통령의 발언은 큰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대통령은 또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다른 나라의 역사를 보면 청산작업을 했다”면서 “적어도 자기 나라와 공동체를 배반한 사람에게 새롭게 건립되는 사회, 새로 시작하는 사회에서 득세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하는 정도의 청산은 있어야 하고 심할 경우 처벌해서 뒷 사람들의 귀감이 되도록 하고 경계가 되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그러나 한국은 그것을 못했고 시간이 많이 지나야 할래야 할 수 없다”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사실이 다 역사적인 진실은 아니며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들의 사실과 진상을 밝혀야 역사적 진실이며 꼭 밝혀 후세의 본보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해방이후의 왜곡된 역사, 잘못된 역사는 밝히고 가야 한다”면서 “역사를 바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대통령은 “일제시대, 식민지 시대 것도 마찬 가지”라고전제하고 “사실만은 다 밝혀서 넘겨야 하며 진상만 규명돼 있으면 거기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시대에 따라 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 조사와 관련, 노대통령은 “과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 역사적 범죄는 꼭 밝혀야 한다”면서 “국가적 사업인 만큼 정부기관이 나름대로 정리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 구성될 새로운 기구가 원활히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등 정부 기구가 독자 조사는 하되 국회기구에 앞서 발표는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라고 김대변인은 설명했다.

노대통령은 “명색이 대통령이 된 사람이 이런 중차대한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겠다”며 과거사 조사에 관한한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를 이유로 과거사 조사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노대통령은 “나라가 할일 다하고 인권, 민주주의, 역사규명하면서 경제가 발전해 간다”는 말로 거부하고 “그렇게 한 나라들이 경제를 더 잘하고 있다”며 87년 6월 항쟁을 예로 들었다.


노대통령은 “86년, 87년, 88년 계속해서 우리나라는 두자리수의 경제성장을 지속했다”면서 “경제는 경제대로 차질없이 챙겨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노대통령은 특히 “경제를 핑계대고 국가적인 사업, 역사적인 사업들을 회피해가려는 이런 기도가 또 용납돼서는 안된다”면서 “해방이후 반민특위 사건때도 경제, 안전, 혼란을 명분으로 엎어버리지 않았나”고 역설했다.


노대통령은 끝으로 80년대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 투쟁하지 않고 87년6월 항쟁을 통한 민주화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한국사회가 어디가 있겠나는 말로 과거사 조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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