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금관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또 물건너갔다. 지난 6월 정부가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두번째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절대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국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지만 야당의 극적인 태도변화가 없는 한 국회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이 민생경제 회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과거사 청산 등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경제는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 숱한 민생법안이 정치이슈에 밀려났던 악몽이 떠오른다. “그러면 그렇지. 옛날 국회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힐난하는 이들도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현재 증시는 외국인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외국인들이 사느냐, 파느냐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린다.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개인은 증시를 떠나고 기관은 자금유입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사례를 들먹이며 장기투자의 이점을 아무리 떠들어봐야 ‘쇠귀에 경읽기’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매입을 금지하는 기존 기금관리법 제3조 3항의 삭제다. 연기금의 기관투자가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증시안정 효과를 거두는 한편, 정책적인 차원에서 장기투자하는 기관투자가를 육성해 보자는 의미다. 이에대해 야당은 ‘투자 위험이 큰 우리 증시에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적절치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야당의 반대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 각종 안전판을 마련하는 등 보완을 하면 될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연기금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뤄서도 안되는 일이 됐다. 서울 여의도동 1번지에 근무하는 사람들 모두가 ‘증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도 회복될 수 없다’는 명제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정치권의 대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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