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고혈압치료제 약발전쟁 불 붙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9 11:47

수정 2014.11.07 14:39


단일품목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고혈압치료제 ‘암로디핀’ 시장을 놓고 업계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이번 싸움은 원조 신약인 화이자사의 ‘노바스크(성분명 암로디핀 베실산)’와 토종 제약사들이 이를 개량해 만든 국산신약간의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의약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까지 노바스크가 주도해 온 국내 암로디핀제제 시장은 지난해말 기준 약 1500억원대.

1980년대부터 사용되고 있는 이 약물은 혈압강하효과가 좋고 여러가지 혈당이나 지질에 대한 부작용이 적어 세계적으로 사용빈도가 매우 높은 고혈압치료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가운데 노바스크와 활성성분인 암로디핀 부분은 똑같지만 염류 부분을 달리해 만든 국산 고혈압치료제들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제약업계에 고혈압환자를 붙잡기위한 ‘약발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9월1일부터 발매를 시작한 새 고혈압치료제는 한미약품의 ‘아모디핀(주성분 암로디핀 캠실산)’을 비롯, SK제약의 ‘스카드(성분 암로디핀 말레인산), 종근당의 ‘애니디핀(성분 암로디핀 말레인산), 중외제약의 ‘노바로핀(암로디핀 말레인산)’ 등 4종.

이외에도 7∼8개 토종제약사들이 암로디핀 제제의 임상시험을 거의 완료한 상태로 제품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 병원에서 자체 임상시험을 실시한 이들 개량신약은 약효나 안정성(stability) 등의 측면에서 원조약물과 차이가 없고 확장기혈압 강하 등 특정부문에서는 원조약물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또 보험 약값이 노바스크(5mg 1정당 525원)보다 20%나 싸게 책정됐다.


이런 장점을 등에 업은 토종제약사들은 별도의 고혈압치료제 테스크포스팀을 가동하는 등 기존 암로디핀 시장 장악에 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암로디핀제제의 신규염인 캠실산을 자체 개발한 한미약품은 아모디핀의 우수한 약효와 상대적으로 우월한 병원 영업력 등을 앞세워 향후 1∼2년 이내에 국내 암로디핀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기술력으로 말레인산을 개발한 종근당도 제품 발매와 동시에 병원 영업에 매진, 애니디핀을 연간 4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급 치료제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외국에서 원료를 도입한 SK제약과 중외제약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원료을 사용한 제품이라는 점과 우수성 약효, 저렴한 약값 등을 앞세워 기존 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연간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간 영업경쟁이 치열해지면 올해 암로디핀제제 시장규모는 2000억원대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며 “약효에 차이가 없는 새 치료제의 등장은 어떠한 형태로 든 기존 시장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처럼 급박해지면서 그간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였던 화이자사의 시장 사수 움직임도 부산해지는 모습이다.

화이자사는 국산 치료제들이 아직 글로벌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 약효나 안전성을 노바스크와 비교할 수 없고 특히 일부 국산신약들은 노바스크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신약이어서 노바스크와 무관한 약이라는 점을 집중적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화이자사의 이런 전략이 시장 사수에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의약계가 고가의 원조약 대신 효능이 비슷한 국산약애용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노바스크의 매출이 크게 감소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각 치료제별 보험약값은 1정 기준 노바스크 525원, 스카드 420원, 한미약품 아모디핀 396원, 중외제약 노바로핀 395원, 종근당 애니디핀 390원 등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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