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솔직한性 당당한性]콘돔은 최소한의 감염방어수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30 11:47

수정 2014.11.07 14:37


30대 중반 기혼남인 K씨가 매우 고민스런 표정으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며칠 전부터 소변을 볼 때 따갑고 간지럽고 아침에는 누런 농이 나온다는 것이다. 증상으로 보면 영락없는 요도염이었다. 소변검사를 하니 역시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때 비뇨기과 의사는 긴장하게 된다.

자칫 단란한 가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부부관계 후에 생긴 증상으로 역시 K씨도 부인을 의심하고 있었다.

“최근 3주안에 다른 여성과의 관계는 없었습니까.” 환자는 윤락녀와 외도를 한 적은 있지만 콘돔을 착용하였다고 당당히 말한다. 한 번 더 추궁하였다. “혹시 구강성교를 하시지는 않았나요.” 그때서야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실토한다. “물론 있었지만 그렇게도 성병이 옮을 수도 있나요.”

흔히 콘돔을 사용하면 성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병은 감염자의 타액이나 분비물, 그리고 직접적인 피부접촉을 통하여 전염된다.

특히 하룻밤에도 여러 남성을 상대하는 윤락녀는 구강에 요도염의 원인균을 보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리어 콘돔의 사용이 일반화된 요즈음은 이런 경로의 감염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다.

필자야 일상적인 진료의 한 부분이지만 K씨에게는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콘돔으로 예방되지 않는 성병은 단지 요도염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성기포진(헤르페스)이나 여성에서 자궁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곤지름은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성병으로 콘돔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위의 직접적인 피부접촉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특히 요즘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백혈구를 공격하기 때문에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그 외 음부소양증의 원인이 되는 사면발이는 음모의 접촉을 통해서 쉽게 전염될 수 있다.

한번 걸리면 평생 면역이 되는 간염이나 결핵 등 다른 감염성 질환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성병은 면역성이 없다. 그러므로 성병을 예방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건강한 배우자와 일대일의 성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에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또한 성관계 후에 이상 증세가 생기면 지체 없이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성병은 초기에 치료하면 간단하게 완치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속진단키트란 검사법으로 즉석에서 성병 유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성병은 성관계를 제외한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전염이 안 된다. 그 이유는 성병균이 매우 약해서 몸 밖으로 나오면 쉽게 죽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 적어도 성병의 감염 경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걱정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성병은 성관계를 통해서만 전염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성병이 아니라 전염병이다.

/park@topclinic.co.kr 선릉탑비뇨기과 박문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