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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국민銀 갈등 증폭]‘편법회계 알고했나’ 공방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30 11:47

수정 2014.11.07 14:36


국민카드 합병 회계처리와 관련, 국민은행과 금융감독기관간 대결이 ‘여론몰이’로 흐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여론과 시장의 동정론을 등에 업고 명분론에서 우위에 있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다급해진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검사 당시 발견한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반전에 나섰다.

◇편법회계 사전 인지 논란=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30일 오전 브리핑을 자청, “국민은행이 분식회계인 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국민은행이 여러 기관에 자문을 받은 결과 이상이 없어 잘못인지 모르고 회계처리를 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김부원장이 이날 공개한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합병관련 합병세무 절세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추진방안의 회계처리는 기업회계기준에 위배될 수 있다”는 삼일회계법인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문건에는 김정태 행장은 물론 윤종규 당시 국민은행 회계담당 부행장, 이성남 감사, 장광순 회계팀장 등의 자필 서명이 돼 있어 국민은행의 사전 인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윤부행장은 “인용한 문구 뒤에는 ‘그러나 지분법 평가손익과 대손충당금 전입액 및 법인세 절감액 등을 고려시 감사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며 문구의 일부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팀장도 “회계기준 위배에 대한 우려가 들어 있는 것도 혹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기술한 것일 뿐”이라며 “삼일회계법인의 검토의견은 적절하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황인태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회계법인은 기업의 회계검사를 담당하지만 동시에 고객이기도 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계법인이 기업에 유리한 증언을 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 인정 여부도 논란=‘분식‘, ‘절세’, ‘탈세’ 논란과 관련, 국세청에 질의한 내용도 쟁점이 됐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정확한 상황 고지 없이 대강의 정보만 제공하고 형식적인 답변만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은행은 세번에 걸쳐 답변을 받았고 이에대해 금감원에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내부문건은 국세청에 대한 세무회계 질의와 관련,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추가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세법상 손금인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나 부당행위 여부 등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위해 국세청에 유권해석 질의중”이라며 “사실관계에 입각한 질의가 아니므로 긍정적인 답변을 취득해 실무상 적용하더라도 간접적 근거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을 뿐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요컨대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질의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은행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측 주장이다.

그러나 윤부행장은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받은 국세청의 1차 답변서가 불충분하다고 해서 올 6월 금감원의 검토를 거쳐 국세청에 다시 질의서를 제출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변서를 받았다”며 “금감원이 2차 답변서는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국민은행은 특히 지난 6월 재질의 당시에는 질문서의 내용을 금감원에 보여주고 확인을 받은 상태에서 질의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10%의 비밀=이번 사건은 국민은행이 부실덩어리였던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세금혜택을 얻기 위한 전략과 연결돼있다. 국민은행은 절세를 위한 방편으로 국민카드에 대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을 합병 후 국민은행에 쌓으면서 발단이 됐다.

내부문건에도 보면 국민카드의 세무상 이월결손금 8411억원은 국민은행에 승계돼 과세이익의 공제를 통한 법인세 절감을 받아야 하지만 합병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 주식교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법인세법 제 45조 제 1항) 2498억원의 기회손실이 발생한다고 돼 있다.


이에따라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최종 사업연도 결산시 이미 적립된 대손충당금을 환입하고, 합병후 최초 결산시(2003년 9월30일) 이 금액을 다시 충당금으로 쌓아 지난해 대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이에따른 세금감면 혜택을 입게 됐다.

김부원장은 “우리카드, 외환카드 등은 적법한 회계처리를 했다”며 “유독 국민은행만 다른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팀장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합병하기 직전 우리금융이 8000억원의 증자를 해줘 법인세법상 이월결손금 승계 절세전략이 가능했지만 국민은행은 증자를 해봤자 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저 주머니로 들어오는 모양이어서 소용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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