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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오수환 작품展]‘無의 궤적’을 찾는 명상의 언어

장재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31 11:47

수정 2014.11.07 14:35


“자연의 색,자연의 형태를 선택하지 않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까.자연을 상징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그건 ‘변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내가 선택한 ‘변화’도 바로 자연이라는 테마다.”(작가 노트에서)

서양화가 오수환(58·서울여대 교수)이 ‘변화(Transition)’라는 주제로 작품전을 갖는다.

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근작 100여점을 선 보인다.

작가는 인간 존재의 보여줄 수 없는 것,언어로 풀어 낼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그림을 보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다.언뜻 ‘쉽다’라는 느낌이 다가 오다가,갑자기 ‘아니,아주 어렵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마치 기호같은,문자같은,물감을 무작위로 흘린 듯,힘찬 필획의 구사는 화폭의 많은 여백을 압도하면서 알 수 없는 어떤 조형을 찾게 만든다.그러나 의도적인 조형은 찾을 수 없다.

작가는 이전 작품들이 움직이지 않는 세계,영혼과 고요의 세계, 홀로 깊은 산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듯한 그림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고요 속에서의 생기’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현실 밖의 세계,초월적인 세계에 줄곧 관심을 가져 왔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신체와 정신의 작용이다.신체와 정신의 작용은 필획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의 모든 형식을 무한대로 헤엄치는 대로 내버려 둔다.그 것은 낯 선 형태의 다양한 결정체로 나타난다.극도로 단순화된 문자같기도 하고,무의식으로 춤추는 유희 같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엄연한 서양화이지만 마치 화선지 위에 일필휘지 선 하나,점 하나,얼룩 하나를 휙 하니 그어 둔 서예를 보는 듯 하다.

그것들은 무(無)와 공(空)에 내 던져진 작가의 들숨과 날숨들의 흔적이다.극도로 단순화된 형태와 대담한 구성은 순간적인 호흡으로 머뭇거림없이 표출된다.

작가의 말을 또 하나 들어보자.

“선을 해방시켜 놓자.선은 불균형이고 과정이다.공허,구성적 공허다.
나 자신을 선으로 만들어,이제 자신이 선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내면의 자유로움을 전통적 정신의 맥락에서 추구한다.
‘무(無)의 궤적’을 찾는 명상의 시간이 화폭에 가득하다. (02)3217-0233)

/ jjjang@fnnews.com 장재진기자
/사진설명=변화, 캔버스에 유채, 182×227.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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