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현대미술과 뉴욕]불황여파로 ‘소호지역’ 퇴조,‘첼시’ 새로운 미술 주무대로

장재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31 11:47

수정 2014.11.07 14:35


뉴욕 화랑가의 대표적인 거리 맨하탄의 소호(SOHO)지역.이 곳은 최근 경제 침체와 9.11 테러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호는 전세계 미술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화랑가로 맨하탄 하우스톤 거리의 남쪽(South of Houston)의 줄임말이다.이 곳은 원래 창고 및 공장지대였다.60년대 초 젊은 작가들이 이 곳 공장건물 일부를 작업실 공간으로 임대해 창작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미국의 우상인 재스퍼 존스,로버트 라우센버그,짐 다인,올덴버그,프랭크 스텔라,앤디 워홀,바스키아 등 현대미술사에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이곳을 거쳤으며 팝 아트, 미니멀 아트,하이퍼 리얼리즘,포스트 모더니즘 등 미술운동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오 카스텔리,폴라 쿠퍼,페이스,소나밴드 화랑 등 한 때 280여개 화랑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었으나 올 7월말 현재 화랑이 70여개로 대폭 줄어 들었다.


불경기에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화랑들이 문을 닫거나 업타운, 첼시, 브루클린, 윌리암스버그,심지어 할렘가로 대 이동을 시작한 때문이다.맨하탄 화랑가의 지각 변동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에릭 휘슬의 전시를 주관했던 가고시안과 바스키아를 스타로 만든 매리분 화랑도 이미 첼시로 옮겼고,구겐하임 소호점도 2년전 철수했다.

25년 째 이곳에서 코압갤러리 ‘55 머셔’를 운영하고있는 댄 콘촐라(Dan Concholar)씨는 지난 9.11 테러 이후 지금까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소호지역 화랑들이 옮겨가는 대표적인 곳이 첼시(Chelsea)지역이다.

첼시는 요즘 맨하탄의 마지막 아트타운으로 불리운다.원래 창고와 자동차 택시정비공장들이 밀집되어 있었다.천장이 높은 이 곳 공장건물들에 미술작품의 대형화 추세와 값싼 임대료가 맞아 떨어져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갤러리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화랑가의 면모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했다.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화랑수가 70∼80개정도였다.최근 들어 이곳으로 ‘입주’하는 화랑의 수가 나날이 증가해 얼마전 갤러리 가이드에 소개된 화랑숫자만도 230여개나 된다.디아 첼시,가고시안, 매리 분 등 주요갤러리가 23번가에서부터 26번가 10 애브뉴 사이에 밀집돼 있기도 하다.

앞으로 이 지역이 뉴욕 미술계를 이끌어 갈 주무대라는데 아무도 의심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뉴욕이 아무리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라고는 하지만,현실적으로 젊은 작가가 상업화랑에 선택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대체로 위험부담이 적은 검증된 작가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화랑이나 대관화랑을 이용한다.대안화랑은 사설화랑이나 미술계와 연결을 찾지 못한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정부나 미술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논 프로핏화랑(Nonprofit Gallery)과,스스로 회원들이 갹출해서 운영되는 코압화랑(Co-operative Gallery)이 있다.대관화랑은 글자 그대로 대관료를 받고 작가에게 전시 공간을 대여하는 화랑으로 비교적 지명도가 낮은 미술가들이 주로 이용한다.


뉴욕 문화원 정진용 큐레이터는 “뉴욕화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개성있는 작품성과 예술성이 우선 중요시되며 절대로 인맥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나 인종편견은 없다”며 “소정의 심사를 거쳐 대안공간에서 우선 전시를 갖는 것도 뉴욕 미술계 시스템을 향한 첫 번째 관문이 될수 있기에 권장 할만하다”고 말한다.

미술관이 ‘미술의 역사’라면 화랑은 ‘미술의 현재’다.


/글·사진=mskim1@donga.ac.kr 김명식 롱아일랜드 연구교수
/사진설명=거리의 무명화가들…타임 스퀘어 거리에서 지나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거리의 무명화가들, 이들은 언젠가 뉴욕화단에 화려한 조명을 받을 날이 올거라고 굳게 믿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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