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이것을 얻기 위해 땀 흘려 일하면서도 막상 이에 대한 답을 요구할 때는 다소 주춤할 것이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물질적인 것(심지어 정신적인 것까지도)을 내 것으로 만들거나 누구에게 마련해줄 때 돈은 꼭 필요한 도구지만, 돈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고민은 우리 삶에 그다지 필요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 ‘거부(巨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돈에 대해 아주 깊숙히, 그리고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돈이 어디에서 와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돈이 어떤 위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것을 교묘하고 영악하게 이용했다.
정치경제학자인 클라우스 뮐러가 저술한 ‘돈과 인간의 역사’는 돈을 중심으로 본 인류와 인류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과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돈을 둘러싸고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 즉 돈이 어떤 변천의 역사를 가져왔는지, 돈이 권력과 결탁하여 어떠한 결과를 빚어냈는지, 돈이 종교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돈을 중심으로 인간, 사회, 국가가 어떤 불법적이고 부정한 사건들을 저질렀는지를 밝히고 돈이 발휘해온 강력한 힘과 인간의 탐욕을 파헤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의 이면에는 돈이라는 매개체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대로마를 한 손에 휘어잡고 권력을 휘두른 카이사르를 보자.
대부분의 전기에서는 복잡한 로마의 정치 관계 속에서 돋보인 그의 뛰어난 정치력과 용맹함을 강조하지만 사실 그의 권력은 거의 돈에 의해 가능했다. 카이사르는 “빚을 낼 수 있고 빚 때문에 쪼들리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능력 면에서 아주 뛰어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카이사르는 “병사와 돈, 두 가지가 권력을 창출하고 보존하며 확장한다. 돈이 있으면 병사도 생긴다”고 말했다.
권력과 돈의 관계는 오늘날에 와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얼마 전까지 우리 정치계 최대의 개혁이 ‘돈 안드는 정치’이고, 미국 선거에서도 정치 자금의 액수에 따라 대통령 후보와 악수하고 사진도 찍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차등 대우가 존재하겠는가.
돈의 발달사부터 금권 정치, 통화 체제 등 장구한 세월 동안 돈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한 저자는 결론적으로 돈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매개 수단이었던 돈의 역할이 점차 증가하면서 돈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지배자로 그 모습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정치나 권력의 차원에만 그치는 것 같진 않다.
처음에 질문했던 ‘돈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당신도 혹시 돈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는가.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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