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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에서]증권산업 육성은 ‘찬밥’/김용민 증권부 차장


연말을 앞두고 증권가에 휘몰아치는 칼바람으로 여의도의 가을빛이 더욱 쓸쓸하다.

지난 10월말 굿모닝신한증권은 전체 직원의 12.4%인 235명으로부터 희망 퇴직원을 받았다. 앞서 세종증권은 정규직원의 약 30%를 구조조정했다. 한화증권, 한양증권 등도 인력을 줄이는 등 증권가에 명예퇴직 바람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올들어 9월말까지 증권업계를 등진 증권맨들은 1700여명에 이른다. 게다가 앞으로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 합병, 동원증권의 한투증권 인수, 대투증권 매각 등 증권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또 얼마나 많은 증권맨들이 직장을 잃게 될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증권산업의 위기를 반영한 인력 감축 러시다.

증권사 한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점포나 인력을 감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문제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증권산업과 자본시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마다 벤처기업 육성책, 소프트웨어 육성책, 중소기업 육성책 등 수많은 산업육성책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러나 증권산업만은 유독 ‘육성’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산업은 쪼그라들고 업계 종사자들은 계속해서 직장을 잃고 있지만 크게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 몇몇 증권사가 문을 닫아도 경제나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인식이 배경인 듯하다. 보호할 가치도 육성할 명분도 없다는 얘기인가.

올들어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해 정부측이 내놓은 자료를 들여다보면 증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각종 미끼까지 던져가면서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반면에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국내 증권사들을 지키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동북아금융허브는 국내 산업을 먼저 키워야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증권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감독 관계자를 취재중에 만나보면 증권산업이나 시장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에 처한 증권산업을 걱정하고 시장 육성에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걱정만 있을 뿐 결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 주가가 오르면 증권산업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도 됐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