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선이 제발 돌려주세요”…50일전 잃어버린딸 찾는 우광현씨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4 12:06

수정 2014.11.07 12:10



“우리 딸을 누가 데려갔다면 그냥 돌려보내주기만 하세요. 다 이해합니다. 처벌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고맙다고 소리치고 다닐테니까 그저 돌려만 주십시오….”

우광현씨(34·경기 광주시 역동)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시종일관 멍한 표정으로 전단지에 찍혀있는 큰 딸 정선양(6)의 얼굴만 바라봤다. 면도도 하지 않은 까칠한 얼굴로 그는 “얘만 돌려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각서라도 쓸 수 있다”고 되뇌었다.

우씨가 유괴라고 생각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정선양은 집 전화번호, 주소까지 알고 있고, 한달 반이 되도록 전단지와 플래카드를 광주일대에 뿌리며 경찰과 협조아래 서울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그 흔한 제보전화 한통 없는데다 정선이가 사라진 날 타고 나갔던 자전거가 흔적조차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금방 찾을 줄 알았습니다. ‘잠깐 어디 갔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고 그러던게 벌써 50여일이 되갑니다.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하루하루…그냥…”

정선양을 잃어버린 건 지난 9월19일. 우씨는 9월 초 가정문제로 부인과 이혼했다. 그 탓에 매주 토요일마다 정선양과 동생 예원양(3)은 광주 경안동에 있는 엄마집에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잃어버리기 하루 전인 18일 아내는 바쁜 일로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했다.

“그날 정선이는 엄마가 보고싶다며 보챘어요. 일요일 아침에 정선이가 동생에게 옷을 입혀 무작정 엄마집으로 갔나 봅니다. 그러나 엄마집은 문이 잠겨 있고 정선이와 예원이가 울고 있는 걸 동네 아줌마가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우씨가 낮에는 주유원, 밤에는 대리운전 일을 하기 때문에 정선이와 예원이는 순대국집을 하는 형수댁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와 같이 자고 낮에는 순대국집 앞 시장 공터에서 논다. 그날도 순대국집으로 온 후 예원양은 재우고 정선양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시장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정선이가 갑자기 들어와 그래요. ‘큰엄마 휴지줘’라고 그러더니 휴지를 들고 나갔어요. 식당 앞 휴게실에서 정선이와 친한 아저씨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막걸리가 엎어져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러고 나간 게 정선이를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시 옆에서 정선이를 지켜봤던 정선이의 큰엄마가 설명했다.

우씨는 낮에 하던 주유일을 그만뒀다. 낮에는 일대신 전단지와 플래카드를 만들어 돌리고 붙이며 정선양을 찾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밤에 대리운전을 하는 것도 혹시 정선이가 있는지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이 정선양을 하루 빨리 돌아오게 할지 모른다는 게 그의 생각이자 바람이다.


“제가 죄인입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줬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지만, 용서라도 빌 수 있게 환하게 웃는 우리 정선이 얼굴 한번만 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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