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산책로]그린에서 평정심 찾기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6 12:06

수정 2014.11.07 12:06


벤저민 양의 덩샤오핑 평전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게임 취미가 소개되고 있다.

덩은 브리지 게임을 잘했다. 브리지는 우연히 주어진 몇 장의 카드를 이용해 짝패와 협력하기도 하며 적에게 약간의 속임수를 부리기도 하는 게임이다. 군인인 펑더화이나 주더는 화끈하게 승부하는 장기를, 천이는 섬세하고 이지적인 바둑을 즐겼다. 저운라이는 일 중독증이라 게임을 하지 않았고 마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골프를 할까.

약 오르고 열 받아서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약과 열이라는 다소 점잖지 못한 동인(動因)을 바탕으로 하나 다소 교양있게 표현이 될 때 자기 탐구와 자기 실험이 골프인 것이다.

골프를 칠 때 인간이 얼마나 예민해지는 가를 보여주는 예가 있다. 소액이라도 따고 싶으면 상대를 김새게 할 것이 아니라 칭찬해 주라는 것이다. 상대가 스윙을 마치면 ‘백 스윙이 너무 완벽 합니다’라고 치켜세운다. 상대는 ‘백 스윙이 완벽하다고 했겠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백 스윙에 온통 신경을 쓰다 다운 스윙을 망친다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골프에 대해 “풀밭에서 키니네 알약을 찾는 것”이라고 좋지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러프에 들어간 공을 찾기가 힘들다는 얘기 같기도 하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키니네는 해열제다. 처칠도 골프를 하면서 어지간히 열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약과 열을 안 받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도 있다.

여행 중 부다페스트의 호텔에서 정말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진 적이 있다. 헝가리 말을 모르면서 TV를 틀어 봤자였다. 이왕 모르는데 약이 오를 것도 열이 날 것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자유로웠다. 도나우강을 계속 산책했다.
미진한 생각도 많이 정리했다.

골프 플레이를 하면서도 남에게 구애받거나 신경 쓰지 말고 자기만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없을까.

/김철 뉴서울C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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