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두루넷 인수전 ‘투기 외자’ 공방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6 12:09

수정 2014.11.07 11:52


두루넷 인수전이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간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데이콤과 손을 잡은 씨티그룹파이낸셜프로덕츠(CFP)의 외자성격을 놓고 양사가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CFP가 부실자산을 값싸게 인수해 매각, 시세차익을 올리는 투기 자본인 ‘벌처펀드’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콤은 CFP가 장기투자를 약속한 자본이며 오히려 하나로텔레콤이 유치한 외자가 더 투기성이 강하다고 맞서고 있다.

데이콤은 지난 23일 CFP와 공동으로 두루넷을 인수키로 하고 경영권을 데이콤이 지속적으로 갖는 방식의 전략적 투자에 합의한 바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데이콤이 추진중인 데이콤-CFP는 자사에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의 ‘자본투자(Equity)’와는 달리 ‘론(Loan)’ 투자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론 투자는 해외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오는 것을 뜻하며 따라서 데이콤이 경영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데이콤이 신한 매커리를 통해 추진한 외자유치 방안이 불발되자 CFP가 데이콤에 접촉을 시도한 것”이라며 “데이콤이 CFP와 협력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자 사채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CFP는 국내외에서 수건의 론 투자를 전문적으로 해온 회사로 두루넷 채권은 종전 550억원에서 최근 170억원을 추가, 총 72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두루넷 입찰가격이 상승할 경우 채권가격도 당연히 올라간다”며 “CFP는 시세차익뿐 아니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두루넷 인수방안을 끌어내기 위해 두루넷 채권을 매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콤은 CFP 참여로 투자의 일부분을 외자가 담당함으로써 자사의 기업여건이 강화되는 동시에 미래 성장산업에서의 사업추진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CFP는 장기적인 투자를 약속한 자본”이라며 “두루넷 경영권을 데이콤 측에서 갖고 있어 마음대로 투자자본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의 CFP 깎아내리기에 대해 “오히려 하나로텔레콤이 유치한 뉴브리지-AIG가 단기 투기성펀드로 시세차익을 남기고 보유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지분을 SK텔레콤에 매각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데이콤-CFP가 오는 12월13일로 예정된 두루넷 입찰서 제출시한을 지키지 못하거나 최종 인수가격 결정시점에서 투자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나로텔레콤의 단독입찰이 불가피해지고 법원으로서는 수의계약이라는 부담을 안게 돼 올해 두루넷 매각 자체가 무산될 확률이 높아진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