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2%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인 신용불량자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불량자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12월 300만명 시대(372만명)에 공식 진입했던 신불자가 배드뱅크, 신용회복지원, 개인회생 등 3대 구제조치에 힘입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해 왔던 터라 신불자 수의 증가세 반전은 다소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회복이 시계(視界) 제로에 처한 상황에서 ‘성매매특별법’ 타격, 서민 영세업의 경영악화, 건설경기 부진 등의 악재가 서서히 반영되는 조짐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사망자 제외시 순증…증가세 다시 ‘꿈틀’=은행연합회가 26일 내놓은 ‘10월말 현재 신용불량정보 관리현황’을 보면 10월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365만6585명으로 전달에 비해 4574명(-0.12%) 줄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전산망을 통해 확인한 사망자 6619명을 집계에서 뺐기 때문에 실제로는 2045명 순증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부터 2개월마다 사망자를 신불자 명단에서 제외하고 있다.
업권별로는 신용카드사가 2만7004명(1.95%), 상호저축은행이 1만2637명(1.50%), 할부금융사가 7048명(0.89%) 각각 늘어났다. 상호저축은행의 증가는 다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한데 따른 것이라고 하나 이들 금융기관은 서민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증가세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내은행은 2만8253명(-1.27%), 자산관리공사(-7930명) 등은 줄었다.
◇40대 이상 신용회복 점점 어려워=신용카드 관련 개인신불자는 10월말 현재 245만7081명이다. 이 가운데 카드론 관련 신불자는 2591명(0.21%)이 증가해 카드 사용자의 형편이 악화됐음을 반영했다.
연령별로는 10대는 184명(-6.90%), 20대는 8786명(-1.31%), 30대는 3062명(-0.26%)씩 각각 감소했지만 40대 이상은 7458명(0.41%)이 증가했다. 40대 이상이 신불자 감소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은 비단 10월에만 나타난 일시현상이 아니다. 20, 30대는 나름대로 신용회복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계를 책임지고 있으면서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40대들이 신불자의 수렁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민간소비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 신불자를 양산할 수 있는 악재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일각에선 연말이나 내년 1∼2월이 되면 음식·숙박업 등 서민 영세업종의 불황여파로 연체자들이 대거 양산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일 싸이나, ‘신불자 경기지표’=이르면 12월중 임시국회에서 신불자 제도 폐지를 담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02년 1월부터 부실여신 사전방지 및 여신심사 활용차원서 공개됐던 신용불량정보 관리현황도 발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김태훈 신용정보관리팀 부부장은 “12월 국회 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신불자 통계 발표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체자’로 옷을 바꿔 입게 될 신불자 정보는 금융기관이 계속 보유하나 그 현황을 알 수가 없게 된다. 신불자 정보는 지금까지 경기현황은 물론 금융권의 부실채권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로 인식돼 왔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는 “신불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게 되면 문제의 실상과 심각성을 공유하고 대안에 접근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교수는 “재정경제부는 지난 4월부터 신불자 문제가 사실상 해소됐다고 얘기하나 예상하는 것처럼 ‘진행형’이라면 큰 문제”라면서 “경기 양극화로 불거진 신불자 문제에 대해 근원처방이나 정책적 노력 없이 경기부양에만 집착해봐야 자꾸 효율성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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