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 기업신용평가 부실,담보대출 갈수록 심해져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9 12:09

수정 2014.11.07 11:49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용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금융감독 기관마저 이를 방치하고 있어 ‘담보중심’의 대출관행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은행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지난해 말 현재 은행들이 거래하는 기업체 가운데 이 시스템이 적용된 업체는 53.5%에 불과한 것으로 감사원 결과 밝혀졌다.

아울러 정부의 신용대출 확대 정책과는 정반대로 은행들은 단기대출 실적에만 매달려 유망한 중소 제조업체들에 대한 대출을 외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5∼7월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을 대상으로 기업여신과 관련한 신용평가시스템의 작동여부를 들여다 본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감사 결과,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은 기업신용평가에 따라 불량기업을 구별하는 노력을 포기한 채 숙박업·부동산업·목욕탕업 등 과거 여신금지업종으로 묶였던 이른바 ‘호황업종’에 대한 담보대출 확대에 주력했으며 금감원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시장을 주도하겠다며 보험사 대출금을 장기 연체하고 있는 신용불량자에게 모텔물건을 담보로 26억원을 신규 대출해주는 등 무리한 담보대출 확대로 은행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에도 역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우리은행 경영진은 담보위주의 대출에는 문제가 있다는 내부지적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담보위주 대출정책을 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금융기관이 주민등록변경, 해외이주 등 행정기관의 공공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신용불량자의 ‘사기대출’이나 부채상환을 하지 않은 신용불량자의 해외이민 등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 변경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결과, 지난 98년부터 올 5월까지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신용불량자 7578명 가운데 무려 4058명이 1195억원의 신규 대출을 받았으며 이 중 3183명이 또다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외교통상부가 관리하는 해외이주자 정보에 대한 공유도 미흡, 지난 98년부터 올 초까지 외교부에 해외이주신고를 한 7만4695명 중 4431명이 신용불량자로서 이들 가운데 2789명이 고의로 2362억원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은 채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해외이주 신고 후 1년 안에 출국하면되는 현행 제도의 맹점 때문에 지난 7월 현재 해외이주자 1만2861명(미출국자 포함)의 총 대출금 1조3685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회수 불가능한 것이어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 csc@fnnews.com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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