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한 소설쓰기의 살아있는 전설로 여겨지는 토마스 핀천은 1937년 5월 8일 뉴욕 롱아일랜드의 글렌 코브에서 태어났다. 코넬대학에서 공업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핀천은 1963년 사실상 처녀작인 ‘브이’를 발표하고, 1973년에 발표한 ‘중력의 무지개’로 명실상부한 현대 미국문학계 중심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특이하게도 핀천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아 여타 인터뷰나 개인적 논평을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개인적 신상은 물론 심지어 작가의 사진 조차 구하기 힘들정도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작품 뒤에 숨어버리는 핀천의 ‘기이한’ 작가정신은 아마도 그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주어진 상황하에서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앎의 추구과정을 마치 탐정소설처럼 써내려가고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핀천의 기념비적 대작 ‘중력의 무지개’는 출간하자마자 ‘내셔널 북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심사위원들에 의해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나, 자문위원들의 반대로 탈락되는 불운을 겪기도 하였다. 영화적 기법을 동원하여 묘사되는 이 소설은 수백명의 등장인물과 여러 줄거리가 서로 얽힌 복잡스런 구조를 지니는데, 주인공인 슬로스롭이 V2 로켓과 자신의 연관성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기본 줄거리를 이룬다.
주인공은 황당하게도 V2의 탄착 지점을 알아내는 기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철저히 이용당하고 감시당한다는 사실에 분개한 주인공은 근무지를 이탈하여 어떠한 형태의 선택과 제한, 규정지움이 없는 ‘지대(Zone)’로 도망치기에 이르고, 자신에게 행해진 과학실험의 실체를 확인한다. 주인공에게는 ‘이미폴렉스 G’라는 프라스틱성분이 주입되어 있으며, 이것이 또한 로켓의 제조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이로써 자신의 기이한 능력은 현대 과학맹신주의와 비인간적 물신주의가 만들어놓은 인간의 기계화의 결과물임을 깨닳게된다.
현대의 과학맹신주의는 이제 자연의 파괴를 넘어 인간을 기계화 하며, 인간성 자체에 대한 조작을 서슴치않고 행하고 있는 것이다. 핀천은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하염없이 발휘하여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인간의 육체와 영혼의 관계 역시 마치 로켓과 중력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기계적 관계로 이해되어질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서술하는 문학텍스트 역시 하나의 문학기계로서 항시 새로이 발전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룡(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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