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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옥죄는 法에만 골몰”…박용성 국제상의 회장

유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05 12:13

수정 2014.11.07 11:43



“기업 일에 정부가 왜 간섭을 하나.”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이 모처럼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권과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던져 주목을 받고 있다.

박회장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상업회의소(ICC) 이사회에서 제45대 회장에 선임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을 통해 ICC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면서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국내 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회장은 강한 어조로 정치권과 정부의 반성을 촉구했다. “현재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기업을 도와주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법을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경제나 기업의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4대 입법을 갖고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계가 가장 문제를 삼아온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오버 캐퍼서티로 다른 부문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자산운용에 대해 정부가 왜 간섭을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우리나라 기업들은 항상 뒤를 돌보고 지도해 주고 감독해줘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회장은 문제가 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서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라면서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법을 제안했다.

또 “재벌이라는 것이 전세계에 없는 제도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안맞는 제도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제도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회장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좌파 경향 시비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토지공개념, 원가공개 등 좌파논란이 있는 정책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책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비난하고 좌냐, 우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지도층에 대해 “가진 자들도, 우측에 있는 자들도 반성해야 한다”면서“18억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돼 세금 60만원 올라간다고 그렇게 아우성을 칠 수 있냐”고 개탄했다.

박회장은 “지금 우리경제는 백약이 무효한 상태로 관료들도 20년 동안 이렇게 정책효과가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반응이 와야 하는데 반응이 없어 내가 이헌재 부총리 입장이라도 매우 답답할 것 같다”며 이런 때일수록 각자 자기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박회장은 이날 환경단체에 대응해 기업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역할을 맡을 전문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밝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노총에 대응해 경총이 있듯이 환경단체에 대응한 사측 단체가 필요하다”면서 “어느쪽이 좋은가를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박회장은 지금까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을 옹호해 줄 조직이 없었다면서 “따라서 위원회나 기구 같은 조직을 만들어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그러나 사측 조직이 어떤 형태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가 환경단체를 견제할 사측 조직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구체화될 경우 환경 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yih@fnnews.com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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