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외국계 자본과 ‘증시업보’/오승범기자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05 12:13

수정 2014.11.07 11:42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 40% 시대의 업보입니다.”

지난 3일 외국계펀드의 삼성물산 매도공세와 관련해 한 투자자문사 대표의 자조 섞인 지적이다.

지난 1일 헤르메스가 우선주 전량 소각요구에 불응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위협, 주가를 견인했다가 불과 이틀만에 전량처분에 나서며 M&A 열기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외국인에게 주도권을 내준 국내 기관 및 투자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은 올 1월, 약 3개월 만에 777만주(5.0%)를 매집했다. 총매입대금은 약 860억원으로 주당 평균 1만1000원선에 사들여 단기간에 230억원 규모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문제는 지배구조개선, 우선주 소각 등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며 장기간 보유할 것처럼 뉘앙스를 깔더니 정작 뒤에서는 차익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M&A라는 주가 띄우기의 훌륭한 재료를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의도가 매우 짙은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통과가 무산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져 보인다.

엄격히 말하면 무산된 게 아니다. 남아 있는 정기국회(12일까지) 또는 향후 임시국회 등에서 얼마든지 다시 상정해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년여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단 하루만에 쏟아낸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향후에도 M&A를 표방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외국계펀드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들 행태에 울고 웃는 투자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외국계 펀드에 우롱당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국내 수급구조가 무엇보다 안타깝기만 하다”는 증시전문가의 지적이 귓가에서 맴돈다.

/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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