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민생 죽이기’경쟁하는 與野/이진우기자

이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06 12:13

수정 2014.11.07 11:29


국회의원들이 17대 정기국회 회기가 9일이면 끝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여야 원탁회의를 연다느니 민생관련법을 먼저 처리한다느니 말로 떠들기만 했지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주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6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둘러싸고 지리한 공방을 벌였다. 지난 4∼5일 잇달아 벌어졌던 싸움을 사흘째 이어갔다.

이같은 비생산적, 비효율적인 공방을 벌이면서도 여야는 똑같이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으로 ‘민생경제’를 내세운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를 저버리고 사사건건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지연전술을 써 시급한 민생경제정책이 묶여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매진하기 위해선 국보법 폐지안 등 4대 ‘개혁’ 법안 등 민감한 사안을 빨리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경제가 어려운데 여야 이견차가 큰 4대 ‘국민불안’ 법안은 뒤로 미루고 시급한 민생경제부터 챙기자”고 주장한다. 두 당이 우선 순위가 뒤바뀐 정국관을 드러낸 것이다.

여야는 ‘민생살리기’를 위해 싸운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민생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민생죽이기의 가까운 사례는 6일 오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던 ‘종합부동산세법 공청회’의 느닷없는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양당 지도부는 이날 국보법 폐지안 상정 여부를 결정짓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전원 참석하도록 소속 의원들의 동원령을 내렸다. 재경위 소속 의원들이 법사위로 달려가면서 예정됐던 공청회는 물건너가고 말았다.


이날 공청회는 모처럼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과 함께 여야가 종합부동산세법과 관련한 엇갈린 입장을 조율하자는 공론의 자리였다. 그런데 여야는 평소의 구호와는 달리 정치사안 집중을 위해 경제사안을 ‘팽(烹)’시켜 버린 것이다.


더구나 경제분과 상임위의 ‘말발 센’ 소속 의원들을 부랴부랴 법사위에 교체투입하는 구태까지 보임으로써 정치권은 스스로 ‘민생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 jinu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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