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발성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망년회 등 회식자리에서 이어지는 노래방이 주원인이다. 술이 어느정도 올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찾는 노래방이 오히려 성대 건강에는 적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에 노래방을 찾지 않다가 무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게 되면 목 주변의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이 때 성대를 담고 있는 후두는 강제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성대 바깥쪽 근육에 힘을 주거나 긴장을 하면 성대가 자유롭게 소리를 낼 수 없다. 따라서 편안하게 힘을 뺀 상태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는 성대가 자연스럽게 열리지 못해 성대의 떨림판도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다.
또 일부러 허스키한 목소리를 연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칫하면 성대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쉽게 말해 목이 상해있는 상태로 굳어버린 것이다.
◇어떤 증상있나=크게 소리를 지르는 등 성대 남용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 바로 ‘성대결절’이다. 증상은 주로 쉰 목소리(애성)이 난다. 또 성대 피로(특히 밤에 심하다), 거칠고 센 목소리,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 목과 인두의 쓰라림, 목안의 덩어리가 걸려있는 느낌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통증이나 음식을 삼키는데는 문제가 없다. 대개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는 자라지 않아 기도폐색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은 일으키지 않으며 악성화 경향도 없다. 발생부위는 주로 양측성대에 발생하며 주발생 부위는 전체 성대의 앞쪽 1/3과 중간 1/3 지점이 만나는 부위이다.
‘성대폴립’도 과다한 음성 사용 또는 무리한 발성법에 의해 발생한다. 말미잘 모양의 부드러운 종기를 폴립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성대에 발생한 것을 성대폴립이라 한다. 성대폴립은 장기적인 성대손상이 아닌 단 한번의 큰소리를 낸 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감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폴립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증세의 변화가 많아 거의 목소리의 변화가 없는 경우부터 폴립이 성대사이로 돌출하여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주로 한쪽 성대에 많이 발생한다.
후두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쉰 목소리(애성)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애성은 성대결절, 성대폴립 이외에도 성대마비, 후두암 등이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증상만으로 절대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콧물 기침 등 감기증세를 동반하면 바이러스성 후두염일 가능성이 있고 성대가 전반적으로 물주머니처럼 부어있다면 말을 많이 하는 흡연자에게 잘 생기는 성대부종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거칠고 목쉬는 정도가 점점 나빠지는 40대 이상 흡연 남성은 후두암일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성대결절은 잘못된 발성법을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음성휴식을 어느 정도 취하면서 복식호흡과 근육 이완법이나 부드러운 발성법을 익히는 등 음성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어린이에서는 너무 소리를 지르며 놀지 않도록 생활지도를 잘 해주어야 한다. 초기 병변은 이런 보존적 치료로 80%이상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고 어린이는 그 효과가 더 좋다.
3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음성장애가 있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후에도 계속적으로 음성 남용을 한다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대폴립은 음성남용, 흡연 등의 원인을 없애고 작은 폴립이나 초기의 폴립은 음성치료를 시도한다. 하지만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성대 결절과 마찬가지로 성대 정상점막과 점막하 조직을 보존시키는 후두미세수술을 시행한다.
◇성대의 ‘적’ 흡연=담배는 성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성대는 미세한 점막으로 덮여 있는데 점막이 촉촉해야 제 기능을 다한다. 그런데 담배 연기는 점막을 마르게 한다. 목소리를 내는 입 안(구강)과 콧 속(비강)이 마르고 자극을 받으면 점액을 분비해 성대를 덮어버린다. 이는 성대가 잘 떨면서 진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대를 마르게 하지 않기 위해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노래하기 직전 바로 마시는 물은 1∼2분이면 바로 씻겨 내려가 버린다. 성대가 촉촉하려면 온 몸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이 과정은 최소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따라서 틈틈이 수시로 물을 마신다.
또 흡연은 애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흡연이 후두암의 주요원인이 되므로 흡연자 중에 2주 이상 지속되는 애성이 생기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한다.
<도움말: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유신영 교수,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올바른 목(성대) 관리법
1. 큰 목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내는 것은 좋지 않다.
2. 소리지르지 않으면 안 들릴만큼 소란스러운 곳(노래방, 무도회장, 오락실 등)은 가급적 피한다.
3. 성대에 악영향을 미치는 담배는 끊는다.
4. 하루에 약 1.5리터 가량의 물을 섭취한다.
5. 잠들기 3시간 전부터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6.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튀김류, 건과류 등도 피한다.
7. 복부를 압박하는 꽉 끼는 옷은 입지 않는다.
8. 기침이 잦을 때는 빨리 원인을 제거해 주거나 치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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