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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LG그룹 카드지원 전방위 공세]“출자전환·채권매각 택일”압박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13 12:14

수정 2014.11.07 11:19


LG카드 채권단이 추가지원을 거부하는 LG그룹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채권매입(CBO) 등 두가지 방안중 하나를 LG그룹이 오는 29일까지 수용하지 않을 경우 LG카드 청산에 돌입한다는 최후통첩을 함으로써 이제 공은 LG그룹측에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LG그룹 압박하는 채권단=채권단은 LG그룹이 끝까지 8750억원의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그룹측이 갖고 있는 채권 1조1750억원어치를 2600억원에 팔라고 요구하는 한편,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출자전환에 미온적인 LG그룹 계열사에 대해 강력한 금융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또 할만큼 했다는 LG그룹의 주장에 대해 과거 삼성차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 사례를 들어 기업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압박을 계속했다.

채권단이 초강수로 나오는 것은 LG그룹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은행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채권단과 LG그룹이 협조하지 않아 연내 LG카드에 대한 추가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LG카드는 신용등급 하락과 상장폐지에 따라 자산유동화증권(ABS)에서 트리거(중도상환요구)가 발생하고, 차입금 만기연장 차질로 청산이 불가피해진다.


금융감독당국도 LG그룹 압박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감독당국은 LG그룹이 LG카드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방법으로 1조2000억원대의 차익을 얻었다는 혐의에 대해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또 과거 LG카드의 채권추심업체인 미래신용정보가 과다한 수수료를 챙겨 LG그룹 대주주에 부당한 이익을 안겼는지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채권단은 이날 LG카드의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훨씬 높다는 딜로이트앤투시의 실사결과 보고서를 인용하며 LG그룹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LG카드에 대해 1조2000억원의 지원이 이뤄질 경우 계속기업가치는 15조7400억원으로 청산가치 8조87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LG카드 청산시 LG그룹은 기존 유동성 1조1750억원 가운데 2600억원만 회수가 가능해져 9131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반면, 채권단은 4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이미 충당금을 대거 적립해 실제 손실은 1조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채권단이 청산시나리오를 공개한 배경은 올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LG카드를 청산하더라도 은행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LG그룹측이 입는 손실은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LG그룹이 끝까지 8750억원의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CBO(캐시바이아웃�^채권매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LG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1조1750억원 가운데 회수불가능한 후순위채권 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회수율 38.6%를 적용, 2600억원에 사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LG그룹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LG그룹측은 “LG는 채권단과 합의한 확약서 내용대로 1조175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금융사업을 포기했다”며 “이미 추가지원은 없다고 기업설명회(IR) 등에서 수차례 밝혀온 만큼 이를 번복하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 3년간 LG그룹 대주주와 계열사들이 LG카드 지분매각과 고배당을 통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을 거뒀고, LG그룹은 LG카드 채권에서 7.5%의 고금리를 꼬박꼬박 챙겨갔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추가지원에 미온적인 것은 기업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망각한 처사”라고 말했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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