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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전쟁과 평화]리얼리즘 문학의 극치로 자리매김


세계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의 문학세계에서는 인간이란 신(神)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나약한 존재일 따름이다. 톨스토이의 ‘대작들’을 대하는 독자들은 그의 살아 숨쉬는 주인공들이 엮어가는 삶의 여러 양태들 속에서 작가 자신의 고뇌에 찬 인생 노정의 단면들을 읽어 내려간다.

부유한 귀족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숙모의 손에서 자란 톨스토이는 대학에서 동양학과 법학을 전공하게되나 일찌감치 학업을 포기하고 만다. 루소의 사상에 심취한 청년 톨스토이는 가문의 영지로 돌아가 농노제도의 개혁을 시도하나 좌절을 맞보야만 했기에 돌연 군대에 입대하여 크림전쟁에 참전하기에 이른다. 연이은 두 번에 걸친 서유럽 여행, 그리고 운명적인 결혼과 귀향, 어느 누구에도 견줄수 없는 창작에의 열정, 그리고 시골 간이역에서의 쓸쓸한 죽음, 내면적으로는 어느 누구보다 풍요로왔지만, 톨스토이의 세속적인 삶의 단면 단면은 말하자면 마치 그의 소설의 제목과 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평화’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결혼후 고향영지에 정착한 톨스토이는 러시아 역사상 최초의 근대적 혁명을 꾀한 데카브리스트들에 관한 작품을 구상한다.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자유주의적 사상에 심취한 일단의 청년장교들이 농노제 폐지와 입헌군주제 수립의 기치아래 봉기하였지만 심한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던 19세기 러시아역사상 가장 뼈아픈 순간을 그려내려는 톨스토이의 시도는 여전히 ‘전쟁과 평화’(1869)의 초반부의 줄거리를 이룬다.

장장 등장인물만도 250여명에 이르는 ‘전쟁과 평화’의 기본 줄거리는 세 가문의 삼 대에 걸친 인생역정이다. 이상주의자 피에르 베즈호프와 그의 친구 안드레이 볼콘스키,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부상당해 귀환한 안드레이는 로스토프 공작의 딸 나타샤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가 아나톨 쿠라긴과 염문에 휩싸이자 볼로디노 전투에 참가하여 죽음을 자초한다. 피에르는 아나톨의 누이 헬레네와 결혼하지만 그녀 역시 사생아의 낙태를 시도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피에르는 볼로디노 전투의 산증인으로서 나폴레옹 군대의 만행을 목도하고 악의 화신인 나폴레옹을 암살하려 시도하지만 오히려 포로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곳에서 피에르는 농부출신인 플라톤 카라타예프를 알게 되고, 그에게서 자신에게 풀지못할 숙제였던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된다.
이리하여 후에 나타샤를 자신의 배필로 맞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의미에 충실한 여생을 살아가게된다.

톨스토이가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호머의 ‘일리아드’와 견준바 있듯이, ‘전쟁과 평화’에서는 생생한 전투장면의 묘사와 주인공들의 생생한 감정표현, 당시 귀족적 삶에 대한 충실한 묘사가 매우 적절하게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총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더욱이 작가자신의 윤리관이 투영된 주인공들의 생생한 성격묘사와 주인공들을 통해서 제시되어지는 톨스토이적 주제의식은 이 소설을 세계문학사에 명실상부한 리얼리즘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영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