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Made in 개성]합의 52개월만에 결실,美설득·판로등 과제로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15 12:14

수정 2014.11.07 11:16



‘남북경협의 첫 옥동자가 태어났다.’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간 개성지역 개발합의서를 체결한 지 4년4개월 만에 개성공단의 역사적인 첫 제품이 생산됐다.

15일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주방기기 생산업체 리빙아트가 첫 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날 처음 생산된 냄비 3000세트는 반입절차를 마치고 곧바로 서울 도심의 백화점 매장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다.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4년4개월, 2003년 6월 공단조성 이후 1년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남북경협 가속화 ‘신호탄’=개성공단사업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인력과 토지가 결합한 상생의 프로젝트인만큼 그동안의 우여곡절에도 불구, 고비용 구조에 허덕이는 국내 중소기업과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일정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은 서울에서 60㎞, 인천에서 50㎞ 거리에 위치해 물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어 국내 중소기업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개 기업을 선정한 시범단지 분양은 8.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중국의 경우 해안지방 경제특구가 개혁개방의 실험실이 되면서 내륙으로 변화를 확산시킨 선례에서 보듯 개성공단이 북한식 개혁개방의 완충지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 양측이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확고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사업의 모멘텀을 유지해 시범단지 본격 가동을 이끌어 낸 것은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개성공단사업의 장래성과 지속성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관계와 경제적 차원에서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측면지원을 해나갈 방침이다.

1단계 100만평 공단조성에 소요되는 사업비 2205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1095억원을 기반시설조성비 명목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입주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의 판로 확보를 위해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에서 개성산 제품이 국내산 제품과 동일한 대우를 받도록 협의를 벌일 방침이다.

이번에 첫 제품을 생산한 리빙아트는 국내 내수용과 관세장벽이 없는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략물자 반출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강화하고 공단에서 일하게 되는 북측 근로자의 산업안전교육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않다=그러나 개성공단 조성이 후 넘어야 할 산도 적지않다. 우선 북한 핵문제로 현재 가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최근 방미했던 국회대표단과 만나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 개성공단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과제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의 판로 확보 문제다.

정부는 싱가포르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산 제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합의하고 앞으로 다른 국가와 협상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에 첫 제품을 생산한 리빙아트는 국내 내수용과 관세장벽이 없는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자유무역협정이 주고 받기식으로 이뤄지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일본이나 아세안과 FTA 협상 때 개성산 제품에 대해 한국산 물품과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면 우리도 반대급부를 제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별기업이 주력 수출지역의 원산지 규정을 확인하고 개성공단에서 반제품 형태로 생산한 다음 국내로 들여와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리빙아트를 비롯해 개성공단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13개 입주기업 중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부천공업, 태성산업, 매직마이크로 등 8개 업체가 공장건설에 들어간 상황이다.

/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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