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부채율 50%만 높여도 기업 190兆 투자 창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현재보다 50%만 높여도 약 190조원의 투자여력이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투자는 하지 않고 여윳돈을 재무구조 개선에만 활용한 결과, 현재 부채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3·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서 증권거래소 상장법인과 코스닥 및 금융감독위원회 등록법인 등 1560개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98.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102.5%)보다 4.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외환위기 당시 IMF의 권고비율인 200%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3·4분기 111.6%, 올해 1·4분기 106%, 2·4분기 102.5%, 3·4분기 98.1%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금융계 관계자는 “1560개사의 자기자본이 378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부채비율이 50%만 올라가도 약 190조원의 투자여력이 생긴다”며 “이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통해 투자하려는 금액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투자부진은 자금이 없어서라기보다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다른 금융계 관계자도 “현재 한국기업의 부채비율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세계최저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초(超)저부채비율이 내수경기 회복과 투자활성화에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차입금의존도 역시 26.6%에서 25.5%로 0.7%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기업들의 투자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유형자산증가율은 2·4분기 1.1%에서 3·4분기에는 0.5%로 떨어져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음을 반영했다. 기업들의 보유현금도 전분기와 비슷한 44조원에 달했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개선된 반면, 수익성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9.9%를 나타내 올들어 처음 10%를 밑돌았다.
기업들이 3·4분기에 1000원어치를 팔아 99원의 이익을 남기는 데 그친 셈이다.

기업들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올해 1·4분기 12.4%, 2·4분기 10.2%, 3·4분기 9.9% 등으로 내리막길에 있다. 변기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내실경영으로 재무구조는 좋아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면서 “실속은 없고 덩치만 커진 셈으로 앞으로 경제체력이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