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부실대출 제재 완화,문제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27 12:18

수정 2014.11.07 11:06


금융당국이 ‘부실대출 징계’까지 대폭 완화해 가면서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선 것은 결론부터 말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정책당국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부실 대출에 따른 징계까지 완화하는 것은 또 다른 후유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새로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규정’에 따르면 부실대출에 대한 제재 대상을 임원중심으로 대폭 축소했다. 대출 실무자와 지점장은 ‘서류 허위작성 등 중대한 규정위반’이 없다면 제재를 하지 않고 일정 규모 이상의 부실 여신이 발생한 은행에 자동적으로 내리던 기관경고 제도도 없어졌다. ‘부실화에 따른 징계’를 두려워하는 실무자들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 확대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본 데 따른 보완조치다.

그러나 이는 기업대출 메커니즘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게 본, 따라서 안일한 대응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기업대출 뿐만 아니라 모든 여신은 각 은행의 내규에 따라 집행하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제재 수준이 낮아졌다 해서 곧바로 여신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업대출은 경영실적, 현금흐름, 담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여신심사 내규를 바꾸지 않으면 중소기업 대출 확대 역시 한계가 있다.

물론 실무자와 일정 범위 안에서 전결권을 행사하는 지점장을 제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한다면 중소기업 여신 심사에 대한 재량권이 어느 정도 늘어나지만 그 폭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부실대출에 대한 제재 완화가 곧바로 중소기업 대출 확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해당 기업과 거래 은행에 맡겨두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형태로 정책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신관치 금융’의 폐해를 낳을 우려가 있다. 정책당국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 개선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부실대출 제재 완화만 앞세워 여신 확대를 독려할 것이 아니라 각 은행으로 하여금 여신 심사 내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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