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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출자전환 거부…카드 청산가능성 커져]채권단 “具회장 지분 다시 달라”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27 12:19

수정 2014.11.07 11:05


LG그룹이 LG카드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채권바이아웃(CBO) 요구를 공식 거부함에 따라 LG카드 처리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채권단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갖고 있는 ㈜LG지분의 재담보를 추진하는 한편, LG카드 청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에 들어갔다.

◇LG그룹-채권단 시각차 여전=LG그룹은 그동안 LG카드 증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혀오다 지난 22일 증자규모만 맞으면 추가지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이로 인해 평행선을 달리던 LG카드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양측의 금액차가 워낙 커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당초 8750억원을 요구했다가 7700억원으로 낮춘뒤 최근에는 6700억원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LG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그룹은 LG카드 전체 채권액(6조3773억원)의 18.4%(1조175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보유한 만큼 이 비율대로 2208억원만 출자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5000억원+α’라는 당초의 지원액보다 후퇴한 것이다.

LG카드가 대손충당금을 너무 많이 쌓는 바람에 출자전환 규모가 커졌다는 LG그룹측 주장에 대해 채권단은 정부기준안에 따라 적립했고 올 1월 삼정KPMG에서 실사한 적립기준을 적용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채권단이 경영을 잘못해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이미 있었던 부실에 대해 LG측이 부담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종규 산업은행 이사는 “LG그룹이 전혀 협상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LG카드 유동성 지원을 해주고 되찾아간 구회장의 ㈜LG지분을 담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LG그룹은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2800억원의 기업어음(CP)에 대해선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LG카드 청산수순 밟나=LG그룹이 추가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LG카드의 청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LG카드 회사채 신용등급은 A0지만 증자를 안하면 등급이 BBB+로 떨어져 ABS 트리거(Rating Trigger)사유가 된다. 이 경우 ABS 투자자들은 바로 조기상환 요구에 들어가게 되고 LG카드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ABS를 상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ABS 조기상환이 진행되고 나머지 ABS, 회사채 상환 요구가 이어지면 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내년 9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만기연장이 예정돼 있어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LG카드는 청산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도 청산에 대비해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심각하기 때문에 청산시 단계별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긴급상황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등 청산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카드를 청산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고 LG그룹은 파산의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으며 정부 역시 신용불량자 구제 의지를 밝힌 상황이라 극적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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