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산책로]하수도 없는 사회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28 12:19

수정 2014.11.07 11:04


과거 정권 중에 공직자의 골프를 사실상 금지시킨 예가 있었다. 그 때 청와대의 어떤 수석 비서관이 살금살금 골프를 하러 다니다가 정보 보고에 걸려든 일이 있었다. 그 뒤의 정권도 골프에 그리 호의적은 아니었다. 최고 권력자 자신이 골프를 않다 보니 그 방향으로 공직 사회의 분위기가 가닥을 잡았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골프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 아니다.
무슨 사건이 터지려면 골프를 하고 싶은 건지 골프장에 갔기 때문에 사건이 터진 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곤욕을 치른 공직자가 꽤나 있다. 정부가 굳이 규제하지 않더라도 골프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여전한데 따른 괴이한 현상이 있다. 특히 공무원 중에는 익명 혹은 가명으로 부킹을 원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운동이자 놀이인 골프에 폐단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의 놀이 본능에 대해 국가가, 혹은 사회가 무조건 너그럽지 못하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성매매 특별법을 보고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한편, 이해 못했던 경험이 있다. 본능과 인정의 문제를 정부가 다룰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이 무당, 창녀, 그리고 스파이라고 한다. 그 중 무당은 정치가로 전직했고 나머지는 변함 없다는 얘기다. 상수도만 있는 사회는 위험하다. 하수도도 있어야 한다. 그런 각도에서 청소년 약취라던가 하는 등등의 문제점부터 시정책을 강구하면서 전체 문제의 전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우스갯소리를 하나 하자. 성구매 의욕이 없는 층은 대체로 현 정권의 지지자가 당초부터 아니었다.
의욕이 있는 층이 주요 지지자다. 그렇다면 자기의 지지층을 화나게 하고 어디 가서 새로운 지지층을 찾을 것인가. 진보는 상식이 결여되어 있고 보수는 꿈을 꾸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발타사르 그라시안(스페인 철학자)은 ‘암소의 젖을 지나치게 쥐어짜면 우유가 아니라 피가 나온다’고 극단의 치우침을 경계했다.

/김철 대표이사(뉴서울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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