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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신년기획-고용안정으로 소비진작]얼어붙은 경기 ‘일자리 창출’로 녹이자


새해 최우선 화두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가 회복되면 기업투자가 살고 일자리가 늘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일자리가 안정되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국민들은 안심하고 지갑을 연다.

그러나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한 주요 기업들의 채용규모를 보면 지난해 보다 13% 감소하는 등 채용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4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단기적인 효과에만 집착해 단순히 일자리 수 늘리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고용의 질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움추리기만 하는 소비심리=민간소비 지출은 지난 2003년 2·4분기 이후 지난해 4·4분기까지 7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단군이래 최악의 불경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외환위기 때도 볼 수 없었던 최장기 불황을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98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16개 시·도의 실질 민간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침체와 경기불황으로 국민들이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03년 시도별 지역내 총생산 및 지출 추계’에 따르면 16개 시·도의 민간소비는 가계소비의 감소(1.2%)에 따라 실질가격 기준으로 1.0% 포인트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빚도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간부문의 부채총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서고 가계부채는 1가구당 3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올해에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올해 소비여력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소비의 장기부진이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초저금리는 연금생활자와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계층의 지갑을 더욱 굳게 잠그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국민들은 금리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축을 더 늘리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 “2000년 중반 이후 경기순환 사이클이 깨졌으며 신용카드 남발과 환율요인에 의한 수출이 겨우 경기를 지탱해왔으나 이제 한계 수준이 이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조적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신성장산업 육성, 규제개혁 등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얼어붙은 소비?^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높은 실업률이 내수 침체 불러=지난해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40·50대 정리해고)’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최악의 실업 사태는 극심한 내수침체를 불러왔다. 특히 청년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신규 소비를 창출하지 못하고 가계의 부담이 늘어난 것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청년실업률은 7.3%로 전체 실업률(3.3%)의 2배를 웃돌았다. 임시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구직포기자도 10만명 수준에서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크게 줄이면서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청년들이 수십 장, 수백 장의 이력서를 써내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기업들이 올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13% 감소할 계획으로 있어 청년들의 실업률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말 상장·등록사 50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5년 채용전망’에 따르면 올해 ‘채용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지난해의 41.4%와 비슷한 42.0%(213곳)로 집계됐다. 반면 ‘채용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21.3%(108곳)로 지난해 9.2%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내수침체와 실업률 악화는 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신빈곤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빈곤층이 적어도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달 사이 직장을 잃은 50대 실업자는 15만6000명이나 된다. 이는 전달보다 5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일거리 감소, 사업경영 악화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50대가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갖추고 있는 중산층이라고 볼 때 이 계층의 신빈곤층 증가는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를 왕성하게 해야 할 계층이 소비를 줄이게 되면 결국 경기회복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음식점 주인이 나서 벌인 ‘솥단지 데모’는 중산층 파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표적인 중산층인 자영업자들이 위기감을 견디다 못해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음식업중앙회는 “음식점 황폐화는 한계상황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하루 190개씩 음식점이 망하고 950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 위해 노사정 공조 필요=정부는 올해에도 일자리를 40만개 이상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고용정책을 노동시장의 활력제고에 목표를 두고 일자리 창출 및 인력수급 원활화, 능력개발 투자의 자율성·현장성 제고, 고용보험 등의 보장성 강화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오는 2008년까지 20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한 가운데 지난해의 경우 주40시간제 및 일자리 나누기 지원제도 도입 등으로 연초 계획했던 40만개의 일자리 만들기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3%대의 실업률로 양적 고용관련 지표는 안정됐으나 실제 서민·중산층이 느끼는 고용사정 체감도는 매우 낮은 형편”이라며 “우선 양적인 일자리 창출에 힘쓰되 일자리 질의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는 대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단순한 일자리 제공보다 취업능력 제고와 고용 인프라 축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정부의 실업대책이 일자리수 늘리기 차원의 ‘대증요법’ 성격이 짙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부는 청년실업 종합대책 등 부처별로 실업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업간 연계성이 부족하고 단기적인 효과에만 치중해왔다. 그 바람에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오히려 ‘고용의 질’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고용 인프라 축적을 통한 근본적인 실업대책을 강조함에 따라 정부의 고용정책은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자수뿐 아니라 고용시장의 성격까지 파악해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고용능력을 길러주는 ‘교육훈련 인프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고용안정 인프라’, 실업대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팔로업(follow-up) 인프라’ 등을 구축해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고용의 질도 높인다는 얘기다.

또 정부의 고용대책에는 생애 단계별 진로·직업지도를 강화하거나 직업관·직업의식을 확립시키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최근 내놓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도 4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을 실물경제로 돌려 연간 40만개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고강도 대책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이 일반기업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4배 이상 많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노동계도 일자리 창출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산업공동화 공동 대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투쟁 일변도였던 강성노조들이 상생 지향으로 목소리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 등 국내 기업 여건을 개선하고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노동계는 임금 동결 등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공동 보조를 꾀함으로써 산업공동화를 막자는 취지다.

장기불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정부, 노동계, 기업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는 것 만큼이나 기업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최근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인들을 향해 “춥다 춥다 하면 더 춥다”고 질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움츠러들기만 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 기업은 투자를 늘려 일자리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 일자리가 많아지고 안정되면 소비는 저절로 늘어나게 된다.

/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