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받으면서 해당 상가 내에서는 동종 업종의 다른 상인이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
이는 상가를 분양받은 상인들에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지 내에 꼭 필요한 업종의 점포가 폐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는 소위 ‘테마’를 위주로 업종을 정하는 상가 등의 분양계약에서도 그러한 특약사항을 자주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특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상가 내에 동일한 업종을 운영하는 다른 점포가 들어온 경우 기존의 상인은 이를 금지시킬 수 있을까. 나아가 그의 영업으로 인해 자신의 수입이 줄어 들었다면 그 부분만큼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임에도 이러한 부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계약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그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존의 상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아파트 시행사는 역시 자신과 분양계약을 체결했을 다른 상인에게 분양계약상 특약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영업의 금지 및 손해배상의 책음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즉 누구든 자신과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볼 경우 권리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기 때문에 대법원은 기존의 상인이 새로운 상인에게 직접 영업 금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로서는 상가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기존 상인이 새로운 상인의 영업을 직접 금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따르더라도 새로운 상인 역시 시행사 등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기존의 상인과 동일한 업종의 영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경우나 새로운 상인이 계약이 아닌 경매 등을 통하여 새로운 점포를 취득한 것이라면 기존의 상인으로서는 이를 직접 금지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새로운 상인이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전혀 몰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해당 단지 내 상가의 상가규약이다. 집합건물의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는 ‘규약 및 관리단집회의 결의는 구분 소유자의 승계인이나 점유자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만일 상가규약에 새로운 점포는 기존 점포와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 이는 위 법 규정에 의해 새로운 상인에게도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위와 같은 효력을 지닌 ‘규약’은 소유권자들이 제정해야 하는 것이지 단순 임차인들이 제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법무법인 TLBS 김형률 변호사(02)498-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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