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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가 서야 경제가 산다]덤핑납품에 대출도 거부



경기도 안산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있는 A사. 악착같이 기술개발에 매달린 결과 국내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고 일본 자동차 업계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은 적자. 핵심 원재료인 철강가격이 폭등했지만 납품가격은 오히려 깍인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회사 김영호(가명) 사장은 “대기업에 장부를 낱낱이 공개하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단가삭감은 그대로 강행됐다”며 “정 싫으면 해외업체에 소싱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숨지었다.

울산의 B정밀부품업체 최송경(가명) 사장은 최근 회사를 계속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기술개발로 원가를 낮춰왔지만 해마다 3∼5%의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대기업의 횡포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최사장은 “이젠 기술개발하는 것이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소모품 내지 종”이라고 단정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다. 모세혈관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으면서도 들러리 취급에 늘 서럽다. 그나마 원화환율이 급락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 사례가 늘고 있어 업체들은 장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2005년 국내경제의 화두는 단연 ‘중소기업 살리기’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중소기업 살리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 구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번 각종 지원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중소기업의 현안과 과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되풀이 되는 악순환=정부가 각종 지원 정책을 발표해도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정부가 신용대출을 늘린다고 하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중소기업인은 “담보를 대폭 낮추는 등의 실질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중소기업들이 겪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중소기업 스스로가 변화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자금난이나 인력난,판로 등 매번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연구원 서정대 부원장은 “중소기업 스스로 악조건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부 역시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잘되는 중소기업, 안되는 중소기업=안되는 중소기업이 부지기수지만 잘되는 중소기업도 항상 있다. 이 둘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혁신팀 마대식 위원은 “잘되는 중소기업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실제 성과를 부풀리거나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중소기업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것저것 사업영역을 계획성없이 확대하기 보다는 집중력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국내 중소기업은 300만개. 현실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을 잘 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는 중소기업은 적극 지원해서 육성하고 한계에 도달한 중소기업들은 과감하게 정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정부가 야심하게 추진키로 한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 육성’ 방안의 핵심도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잘 되는 기업을 육성함으로써 다른 중소기업들과의 동반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