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피와 뼈]폭력에 멍든 재일한국인 가족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6 12:33

수정 2014.11.07 21:32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씨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 ‘피와 뼈’가 오는 25일 한국관객들과 만난다. 양씨의 데뷔작 ‘택시 드라이버 일지’(영화 제목은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영화화하기도 했던 재일동포 감독 최양일씨가 각색과 연출을 맡고 ‘하나비’ ‘자토이치’ 등으로 유명한 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주인공 김준평 역을 맡았다.

‘피와 뼈’는 지난 1923년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재일 한국인 김준평의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고스란히 그려낸 작품이다. 강제로 욕보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김준평은 자식들에겐 비정하고 주변사람들에겐 냉혹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력적인 인간이다. 한국인도,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그에게 폭력은 언어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악인’이라고밖에 따로 설명할 도리가 없는 김준평의 삶과 폭력으로 점철된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다. 그런 감독의 시선에는 동정도, 눈물도, 비난도 없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골목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엉겨붙어 살벌한 싸움을 벌일 때도 감독은 그 어떤 수식도 허용하지 않는다.

최양일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의 피와 뼈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재일 한국인의 삶을 소재로 했지만 그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그려내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육체만을 믿으며 고집스레 살아간 ‘괴물’ 김준평과 피(혹은 뼈)를 나눈 가족의 일그러진 초상이었는지 모른다.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펼친 기타노 다케시의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피와 뼈’는 일본 키네마준보 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 마이니치 영화콩쿠르 작품상·남우주연상 등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다. 18세 이상 관람가.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