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고용에 밀린 2단계 방카슈랑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8 12:34

수정 2014.11.07 21:25



당초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2단계 방카슈랑스(은행 연계보험·은행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가 논란 끝에 결국 연기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만기 이후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는 순수 보장성 보험은 예정대로 오는 4월부터 은행창구 판매가 허용되지만 자동차보험·종신보험 등 다른 상품은 1년6개월∼3년 연기하고 한 은행이 팔 수 있는 한 보험사의 상품 비율도 현행 49%에서 25%까지 낮춰진다.

이와 같은 결정은 방카슈랑스에 따른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사태를 막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20만명으로 추산되는 보험설계사의 실직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으나 정부는 ‘정책의 신뢰성 훼손’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지게 됐다. 이번 연기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사전 투자’를 해 온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이번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보험고객)에 대한 배려가 완전히 제외됐다는 점이다.
방카슈랑스는 이른바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통한 소비자 권익과 편의 확대였음을 생각할 때 이번 결정은 결국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방카슈랑스 도입에 따른 은행의 보험시장 잠식과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 문제가 갑자기 돌출적으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시점에서, 또는 적어도 1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된 지난 2003년 9월 시점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다. 따라서 뒤늦게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로 돌파구를 찾은 정책당국은 새 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 점검과 보완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기존 제도의 개편이나 개선,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진통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극복,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수용 여건과 능력을 정밀하게 점검,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정책의 신뢰성까지 훼손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관행을 고치지 못한다면 방카슈랑스 연기와 같은 사태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음을 정책당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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