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소버린,LG그룹 경영간섭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20 12:34

수정 2014.11.07 21:23



SK㈜와 2년째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이 재계 2위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주식을 5.46% 사들여 실질적인 2대 주주가 됐다. 또 LG그룹의 주력 회사인 LG전자 주식 5.7%를 매수하면서 3대 주주로 부상했다. 소버린은 앞으로 두 회사 주식을 추가로 더 사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소버린의 LG그룹 주식 매입은 1조원에 이르는 규모나 그 배경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버린이 투자목적으로 LG그룹의 지배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경영진을 변경하거나 정관을 바꿔 이사를 파견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경영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LG전자가 좋은 회사이고 ㈜LG가 한국에서 좋은 지배구조 개선 모델이 될 것으로 봐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LG그룹이 이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데다 최대 주주 지분율도 높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SK㈜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버린이 간접적이지만 경영참여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워 LG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분명하다. 특히 LG그룹에 대해 고액의 현금배당이나 비(非) 수익사업의 철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요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기술혁신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적 선두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LG그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재계 2위인 LG그룹이 고배당 압력 때문에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의 앞날도 어두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LG그룹은 성장 잠재력을 위협할 수 있는 소버린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의 투명성을 더 높이고 다른 주주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소버린은 이번 지분 취득이 주요 소액주주 일원으로서 투자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LG그룹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영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야 장기적으로 주주에게도 이롭다.
소버린이 단순투자 목적이면서도 LG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듯한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돈벌이를 위한 ‘머니게임’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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