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세자리 환율’ 대응시스템 구축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23 12:35

수정 2014.11.07 21:13



원·달러 환율이 23일 장중 한때 달러당 1000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세자리 환율’ 진입은 외환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며 이로써 회복 조짐을 보이던 우리 경제가 수출경쟁력 하락이라는 큰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하자 주가지수 1000선을 향해 달려가던 증권시장은 급락세로 돌아섰고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환율 급락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소비심리 회복의 기폭제인 증권시장에 부정적이고 채권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외환시장 주변여건으로 볼 때 원화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 매수를 위해 달러를 팔고 있는데다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내놓으면서 공급이 많아진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의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겠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 환율 급락의 빌미가 된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세계 4위의 외환보유국인 우리나라가 달러화를 매각할 경우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외환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여기에 외환 투기 세력까지 달러 매각에 가세하면서 환율 하락 폭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개입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은 잘 했다. 한은의 보고서로 인해 촉발된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우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는 것을 사전에 막지 않고는 안정된 환율 흐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 급락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옥죌 게 틀림없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수출기업의 70%는 벌써 출혈 수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제에 정부는 ‘세자리 환율’ 시대에 대비해 환율 급변에도 끄떡 없는 경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환율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들쭉날쭉하지 않도록 수출기업의 환변동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외환 당국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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