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때 서울 신림역서…가족이 너무 보고싶어요”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27 12:36

수정 2014.11.07 21:05



“가족과 헤어졌다고 생각해 본 적은 22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어요. 단지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찾아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 시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신재씨(27·서울시 반포동)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했다. 도씨는 가족의 정을 느낀 적이 없다. 다섯살 때 서울 신림역에 버려진 후 부산에 위치한 ‘소년의 집’에서 20여년을 생활했다.

“5살 때 헤어졌으니까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부모님에 대한 기억도 없고 어디에 살았는지도 모르죠. 다만 신림동에서 발견됐다고 하니 그쪽에서 살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에요.”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도씨는 솔직히 가족의 정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아예 가족에 대한 생각을 안하고 20여년을 살아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묻어두려고 했어요.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헤어져 아픔이 있다면 더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기억조차 없으니까. 뭐가 그리움이고 뭐가 힘든건지 구별할 수도 없었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들기 시작한 것은 부산에 있는 ‘소년의 집’을 떠나 서울로 상경하면서부터.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한 컴퓨터 학원에서 일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2년 전부터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더 커졌다.

“단체생활을 했을 때는 가족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몰랐어요.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이 들 때 아플 때 정말 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가족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피하려고만 했던 내 자신이 싫기도 했구요. 그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가족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느꼈고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죠.”

도씨는 6개월 전 경찰청에 DNA 검사를 신청했다. DNA 검사를 받고 자신의 DNA 자료를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혹시나 자신을 찾으려는 부모가 DNA 자료검사를 의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도씨는 부모님을 만나서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를 하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부모님이 많이 낯설기는 하겠지만 하루 빨리 부모님을 만나 진한 포옹을 하고 혈연의 정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요.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 같아요. 빨리 그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 ck7024@fnnews.com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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