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휴대폰 사용자들이 이동통신업체의 낮은 휴대폰 보상판매 가격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구형 휴대폰을 처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모씨(32)는 최근 자신이 1년간 사용하던 중고폰을 인터넷사이트에서 처분하고 요즘 인기를 끌고있는 신형 가로보기폰으로 바꿨다. 김씨는 “휴대폰을 교체하려고 맘먹고 이통사에서 실시하는 보상기변 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중고폰 매입가격을 5만원밖에 쳐주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국 휴대폰 사용자들의 장롱이나 서랍속에 1억2000만대가 넘는 중고폰이 잠자고 있는 걸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동통신사의 낮은 보상기변 정책, 회수시스템 미흡 등으로 중고폰이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통사들은 각 대리점을 통해 수거한 일부 중고폰을 임대폰으로 사용하거나 수출하고 있지만, 수거한 중고폰의 50% 정도는 빛을 보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사장되는 중고폰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기기변경 보상 등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휴대폰은 연간 500만대가 넘는다. 그러나 이중 임대폰으로 쓰이거나 재활용되는 휴대폰의 비율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그래프 참조>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재활용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동통신 3사는 452만3562대를 수거해 이중 49.5%인 224만2207대를 수출 및 임대폰으로 재활용했고 50.5%에 해당하는 224만3605대는 폐기처분했다. 지난 2004년에는 총 590만6458대를 수거해 이중 53.1%인 314만729대를 다시 사용했으며 49.6%인 217만9136대는 폐기처분했다.
전체 수거량 대비 재활용 비율은 SK텔레콤이 가장 높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총수거량의 67.5%에 해당하는 175만5714대를 재활용했다. 2004년에는 64.5%에 해당하는 263만1075대를 수출 등에 활용했다.
KTF는 지난 2003년 32만7726대를 임대폰에 재활용했다. 수거량 대비 비율로는 23.1%에 해당한다. 2004년에는 전체 수거량의 29.3%인 44만2335대를 재활용했다.
LG텔레콤은 지난 2003년 수거한 휴대폰 중 31.1%인 15만8767대를 임대폰 등으로 사용했다. 지난해는 20.8%에 해당하는 6만7319대만 재활용했다.
폐기되는 휴대폰 비율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지난해 전제 수거량 대비 폐기 휴대폰 비율은 각각 33.1%, 42.3%, 58.8%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수거한 휴대폰 중 45만19대를 귀금속 추출을 위해 재활용업체에 매각하는 등 총 135만883대를 폐기처분했다. KTF는 지난해 63만7885대를 폐기했으며 110만4166대는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4월 중 창고에 있는 중고폰의 일부를 폐기처분할 예정이다. LG텔레콤은 재활용업체 처리물량 등을 합쳐 총 19만368대의 휴대폰을 폐기시켰다.
■제값 못받는 중고폰
이통사들은 중고폰에 대해 단말기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최저 2만원부터 최고 5만원까지 보상액수를 산정해 놓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이런 기준에 따라 중고폰의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중고폰을 장롱속에 보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상기변을 할 때 고객들이 사용한 휴대폰의 상태는 따지지 않는다”며 “고객들의 최신폰 구입여부에 따라 보상기변 액수가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KTF는 6개월 이상 사용고객을 대상으로 모델 구분없이 휴대폰 본체와 배터리, 충전기를 합쳐 3만원 정도를 고객에게 보상해주고 있다. LG텔레콤도 자사 최우수고객에게는 5만원, 일반고객에게는 3만원을 보상기변 금액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이같은 보상기변 정책에 따라 고객이 최신형 휴대폰을 1∼2개월 사용하다가 기변을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만원이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품가치가 있는 중고폰은 인터넷 경매사이트나 장터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실제 이통사 대리점에 기기보상용으로 반납되는 휴대폰은 재활용 가치가 거의 없는 ‘폐품’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휴대폰 번호이동성 시행으로 중고폰 발생이 급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의 재활용 및 폐기비율은 2003년과 크게 변화가 없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체계적인 회수시스템 시급
중고폰 재활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언론·민간 차원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회수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환경부가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휴대폰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에 따른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간 업무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올해부터 제조업체들은 연간 출고량의 11.9%를 회수해 재활용해야 하지만, 사업자간 이견으로 적절한 회수시스템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송효택 팀장은 “휴대폰 EPR의 의무가 제조업체에 부과됐지만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간 중고폰 회수비용 분담 및 책임소재를 놓고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사업자가 주축인 중고폰 회수구조를 확대해 각급 학교, 동사무소, 우체국, 우편함 등 쉽게 고객이 중고폰을 반납할 수 있도록 회수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MRK취재단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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