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빼닮았다는데 궁금하고 보고싶네요”…어머니 찾는 손은정씨

이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3 12:48

수정 2014.11.07 19:41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입장하던 그날, 그의 손을 잡아주기로 한 분은 할아버지였다.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와 끝까지 낯설기만 했던 아버지 대신 자신을 키워주신 할아버지, 그래서 그분이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셨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결혼식에 어머니를 모시고 싶었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지만, 어머니만 있으면 쓸쓸한 식장이 환히 빛날 것만 같았다.

얼마 전 결혼한 손은정씨(27, 경기도 용인)는 26년 전 헤어진 어머니(용영자·47)를 찾고 있다. 26년 전은 바로 그가 태어난 해. 동두천에 살던 손씨의 부모는 그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됐을 무렵 큰 다툼이 생기자 헤어졌다.
당시 스물한살 밖에 안된 어린 어머니는 외삼촌의 손에 끌려 친정으로 돌아가 버리고, 아버지(손중곤)는 손씨를 전남 완도에 살던 할아버지(손태성)와 할머니 손에 맡기곤 사라져 버렸다. 보다못한 할아버지가 상계동에서 버스 운전을 하던 외삼촌을 따라다니며 설득했지만 끝내 외삼촌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동두천에 큰고모가 사셨는데, 어머니가 전화나 편지로 제 안부를 묻곤 했대요.” 시간이 지나자 어머니로부터 간간히 이어져오던 소식마저 끊기고 자신을 완도로 데려온 아버지도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버지를 본 건) 제 기억으로 열 손가락에 꼽을 거예요, 평생에.” 아버지가 찾아오면 오히려 겁을 먹고 동네 친구집에 숨어버린 그였다. 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래서 끝까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숨길 수 없는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졌다. “다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이죠. 할아버지는 제게 늘 든든한 울타리 같은 분이셨어요.” 완도에서 많은 식구들에 둘러싸여 티없이 밝게 자란 그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보다는 어머니를 만나보고 싶다는 강한 갈망이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이 그러는데 제가 엄마와 닮은꼴이래요. 어머니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더 궁금하고 보고 싶어요.”

처음엔 어머니 이름 석자로 상계동사무소에서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땐 KBS의 한 프로그램에 어머니를 찾는 사연을 써보내 방송되기도 했다. “어머니를 찾고 싶어요. 하지만 어머니의 새로운 삶에 나란 존재가 불쑥 나타나면 어머니도 혼란스러워 하시겠죠.” 그의 낙천적인 성격도 여기선 여려질 수밖에 없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완도를 떠났다.
지금은 경기도 용인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 새로운 시작을 했으니 그는 머지않아 어머니가 될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를 이해하는 법일까.

“나이를 먹으면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저절로 그렇게 됐어요.” 모호하지만 단호한 그의 말에 운명을 넘어서는 끈끈한 모녀의 정이 느껴진다.

/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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