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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대출 더 죈다…환율·유가 불안에 내수회복 더뎌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3 12:48

수정 2014.11.07 19:41



시중은행들이 올들어 중소기업 및 가계부문의 신규 대출은 관망 또는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채권 관리의 고삐는 바짝 죌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기대출이 1년 정도의 단기위주로 운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경기에 제일 민감한 중소기업들의 안정적 자금조달 및 설비투자에 따른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단기 중기대출 연체율 상승=3일 한 시중은행이 작성한 내부보고서를 보면 은행들이 신규 대출 및 채권관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을 얼마나 불투명하게 보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우선 경기침체 지속 및 투자회복 가능성의 불투명성이다. 정부는 올 2·4분기에는 최근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실물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낙관은 할 수 없는 상태다. 환율하락으로 인한 수출증가세 둔화와 유가상승 등은 여전한 복병이며 그로 인한 타격은 중소기업에 가장 크게 미친다.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으로 주택시장이 위기국면에 접어들 경우 가계대출 연체가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불자 제도 폐지 및 새 신용회복지원제 도입에 따른 채무자의 상환의지 약화도 ‘경계’ 대상으로 분류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은 247조2000억원, 연체율은 2.8%로 전월대비 0.2%포인트 높아진 상태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76조8000억원, 연체율은 2.0%로 0.1%포인트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4월 중순 이후 잡히는 중기 및 가계대출 연체율의 3월말 통계는 각 은행의 분기결산효과로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문제는 은행들이 중기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대출은 2004년 4·4분기중 5조7000억원이나 감소했으며 올들어 1월에도 1조9000억원 증가에 머물렀다가 다시 2월에는 3000억원으로 증가폭이 둔화됐다.

◇건전성 위주 채권관리 강화=대출이 늘지 않는 것은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괜찮은 우량기업은 내부유보금이 남아 돌고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물건이 없는 처지다. 그런 가운데 은행들은 건전성을 최우량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아래 채권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비율 목표를 1.42%로 정했다”면서 “가계대출 연체율을 은행가운데 최저수준으로 유지하고 사전 연체예방 상시화 구축과 함께 연체감축시스템을 정비중”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연체채권비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1%대 유지, 신규여신연체비율 0.5% 이내 유지 등의 목표를 세웠다. 30억원이상 거액부실기업여신에 대한 관리도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의 연체관리 복안중에는 연체채권과다 지점 특별지도는 물론, 우수직원 포상 등 다양한 유인책도 포함돼 있을 정도로 자산건전성 제고에 ‘올인’하고 있다.

◇한은, “대출수요는 큰폭 증가할 것”=그러나 한국은행이 내놓은 대출시장 관련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가 늘고 금융기관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지난 달 7일부터 18일 사이에 전국 41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결과’에서 대기업들의 대출수요 지수는 지난해 4·4분기 -5에서 올해 1·4분기 0(중립)으로 돌아선 데 이어 2·4분기에는 7을 나타냈다고 3일 밝혔다. 대출수요지수가 0을 기준으로 플러스이면 대기업의 대출수요가 증가했다고 보는 금융기관이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보다 많음을 뜻한다.

중소기업의 대출수요 지수도 1·4분기 12에서 2·4분기 20을 나타내 자금 수요가 급증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4·4분기 -3을 기록했던 가계의 대출수요지수 역시 2·4분기에 21로 껑충 뛰었다.

금융기관의 대출태도에서도 개선 조짐이 뚜렷하다.
1·4분기중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태도지수는 3을 나타내 2002년 4·4분기 이후 처음 플러스로 돌아선 데 이어 2·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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