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주식은 저축이다-일본]초저금리 돌파구 ‘펀드’로 개인자금 몰린다

조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5 12:48

수정 2014.11.07 19:38



【일본 도쿄=조태진기자】최근 일본의 모든 언론매체는 연일 라이브도어의 후지TV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시도 뉴스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소규모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일본의 유력 매체를 지분 매입 형태로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주는 전례없는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거래량도 평소의 5∼6배를 기록하는 등 과열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이 바람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2000년대 들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곳 증권전문가들도 일본 경제가 10년 남짓 이어져 온 장기불황에서 탈피하는 국면에 접어든 상태에서 ‘라이브도어 사건’이 살인적인 초저금리에 지친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U턴을 앞당기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의 재테크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지난 수년동안 주식형수탁고가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 2001년 도입된 일본판 401K인 확정갹출형 퇴직연금 가입자 수도 지난해를 고비로 급격히 늘어나는 등 간접투자시장을 통한 실제적인 변화가 뒷받침되고 있다.

◇펀드시장 재점화…개인 주식 귀환 ‘선봉장’=일본 간접투자상품(펀드) 시장이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는 현지 개인투자자를 주식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닛케이지수는 1만선에 겨우 안착하며 지난 2000년대 초반 기록했던 고점의 60%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연 0.02∼0.03%의 믿기 힘들 정도의 낮은 예금금리는 은행 일변도의 개인투자자 재테크 채널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주식형펀드 수탁고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97년 9조 9865억엔을 저점으로 2001년까지 소폭 증가세를 기록하다가 2002년에 1조 4674억엔이 늘어난데 이어 2003년 4조 9665억엔, 2004년 6조 959억엔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점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2월에만 9585억엔이나 더 늘어나 주식형 총 수탁고는 2월말 현재 28조 3927억엔에 이르고 있다.

시모무라 고지 다이이치투자자문 사장은 “각종 실물자산, 부동산, 해외자산 등 투자대상이 다변화된 간접투자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며 “주식시장도 간접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부여하는데 이들 펀드가 큰 역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주식 직접투자 참여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개인의 주식 보유비중은 18%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매년 조금씩 증가하더니 지난해말 현재 20.5%로 2.5%포인트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가 비중 증가율인 3.3%포인트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현지 증권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간접투자상품 관심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토 요이치 스미토모신탁은행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달부터 도입된 개인예금보호제한제도는 은행 고객의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다”며 “은행 도산때 보상 한도액을 개인과 법인에 상관없이 1000만엔으로 규정한 것은 예금도 더 이상 안전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확산시킬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시장 1년새 4배 성장=지난 2001년 도입된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연금제도인 401K를 모방한 확정갹출형 퇴직연금도 일본 간접투자문화의 한 줄기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2년 하반기에 가입 종업원수가 18만명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상반기 현재 노무라증권에서만 18만 6000명 등 총 68만 7000여명의 가입자수를 확보하는 등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는 것.

물론 확정갹출형 연금 시장규모는 8조엔 수준으로 일본 기업연금 총 수탁액 78조엔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연금 등 수십개에 이르는 중소형 연금이 청산한 이후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어 후생연금, 적격퇴직연금 등 기존 대표 연금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모무라 사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고령화 사회’를 원인으로 꼽았다.

확정갹출형 퇴직연금의 경우 60세 이전에 중도 인출이 불가능해 노년을 대비할 수 있는 적금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월 7000엔 한도로 비과세가 되는 등 혜택도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시아키 가네코 일본투신협회 상근 부회장은 “향후 퇴직연금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밖에 각종 연금이 청산에 이어 퇴직연금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보여 오는 2010년에는 후생연금 수준인 70조엔대로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향후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일반 투신상품 보다 비용이 1.5배가 소요되는 등 중소형 금융기관의 참여가 제한되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와 은행간의 영업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잇단 도산사태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은행의 경우 조직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공격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anyung@fnnews.com 조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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