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中企 보증비율 인하의 양면/이상묵 삼성금융硏 정책연구실장·經博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6 12:49

수정 2014.11.07 19:35



최근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공적인 보증기금에 의한 보증 비율을 현행 8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60∼7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이는 신용보증 제도가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능력을 취약하게 만들고 부실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신용보증제도하에서 금융회사는 신용보증기금이 발행한 보증서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자체 별도의 여신 심사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기업이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상환해주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금융회사의 여신 심사가 소홀해지고 보증기금의 보증 심사 과정의 효율성이 중소기업 금융의 효율성을 좌우하게 된다.


그런데 그동안 신용보증기금의 운용 과정을 보면 보증심사의 효율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요소가 많다. 이는 그동안 신용보증이 정부의 중소기업 대책에 약방의 감초처럼 활용돼온 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 대책에는 예외 없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신용보증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대책이 발표되면 보증기금은 실적을 맞추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보증서 발급을 확대하곤 했다. 실적 맞추기에 급급한 보증서 발급과정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더욱이 부실한 보증서 발급으로 보증기금이 대신 지급한 금액이 증가해 결손이 생기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보증기금 내부에서 보증심사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실종됐다. 정부의 시책에 부응한 실적 맞추기 보증으로 보증기금이 부실화된 상황에서 보증기금에 부실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보증기금 내부에서 업무효율 개선 노력이 싹틀 여지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보증 비율을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 대출금의 80%까지 보증해주는 현행 제도하에서 금융회사는 선이자를 떼거나 대출금의 일부를 ‘꺾기’로 예치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대출금의 100%를 보증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대출금의 60%까지 보증 비율을 낮추면 이러한 조작만으로 금융회사가 신용 위험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회사들은 보증서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자체 여신 심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증서를 발급받은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도 발생할 것이다. 보증기금과 금융회사의 이중 스크린 과정을 거치면서 부실 대출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금융회사의 여신 심사 기능을 자극하고 부실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가능성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반면에 자칫 중소기업 금융의 심각한 위축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은 기업대출과 관련된 체계적인 여신 심사 능력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특히, 외국계 자본의 은행 지배가 심화되고 금융산업이 은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안정성 위주의 자산운용 행태가 확산되고 기업 대출이 위축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 위험이 크고 측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의 기피 현상은 더욱 더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증 비율의 축소는 중소기업 대출의 급격한 위축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보증 비율의 인하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전시행정의 소산인 밀어내기식 보증 관행을 지양하고 보증기금이 자율과 책임의 원칙 아래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보증제도를 정상화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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